망가진 한 인간이 외쳤다. “나 다시 돌아갈래!”

국가폭력은 한 국민을 얼마나 무력화시키며 얼마나 한 사람의 인간다움을 앗아가는가. 영화 ‘박하사탕’에서는 국가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망가져버린다. 우리는 망가짐에 대한 아픔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5·18 민중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 ‘박하사탕(2000년)’이 지난 30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다시 상영됐다. 광주트라우마센터와 5·18기념재단이 공동 주관한 ‘치유 시네마 토크’는 5·18관련 영화를 관람한 후 참석한 시민들이 영화감독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5·18 민주화 운동 당시 계엄군인 김영호가 자신의 총에 맞고 쓰러진 소녀를 깨우려하는 모습

영화는 5·18 민중항쟁과 그 이후의 역사적 격동으로 인해 순수했던 청년 김영호가 악인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시간의 역추적을 통해 풀어나간다. 김영호가 광주의 계엄군으로 투입되었을 때 오발탄으로 인해 어린소녀를 죽이게 되고 이를 시작으로 김영호는 무자비한 사람으로 변질되게 된다.

이창동 감독은 소재를 5·18로 정하게 된 계기에 대해 ‘무력감’이라 답했다. 이 감독은 “1980년 5월 17일 내가 재학하던 경북대에서도 휴교령이 내려졌고 나는 친구 자취방에서 밤새 고스톱을 쳤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끔찍한 일이 발생했던 때에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에 대해 무력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영화의 구성 중 시간의 역순행적 배열이 주는 효과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이 감독은 “잔인했던 지난날의 역사와 그에 의해 변화되어가는 김영호를 표현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에 덧붙여 이 감독은 “박하사탕이 영화로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단순히 영화라고 받아들이면 폭력에 대한 감각이 무뎌질 수 있다”며 “영화를 만들 때 관객들이 가상현실이 아닌 현실이라고 느끼게끔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5·18 사건의 폐해뿐만 아니라 참혹했던 역사의 파장들을 장면마다 눌러 담은 것 같은 이 영화는 곧 다가오는 5월 18일 그 핏빛 역사를 기억하고 관심을 가져달라는 메시지를 남긴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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