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이 지났다. 영화<26년>보다 10년이 더 지난 셈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영화<26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굳이 달라진 것을 찾아보자면 그 사람의 회의록이 나온다는 것 정도이다.

영화<26년> 조근현 감독은 지난 달 23일 광주트라우마센터와 5·18기념재단이 공동주관한 ‘치유시네마토크’에서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조 감독은 영화<26년>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와 제작 에피소드 등을 관객들과 공유했다.

영화<26년>은 원작 웹툰 <26년>의 인기에 힘입어 2006년 영화 제작에 돌입했지만, 외압으로 인해 제작이 무산됐다. 그리고 6년 후 5·18 민중항쟁이 32년 지난 2012년에 뒤늦게 개봉했다. 오동진 평론가는 “이런 외압은 5·18 민중항쟁을 정면으로 응시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사회현실과 정치현실의 내면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영화<26년> 주인공들이 5·18민중항쟁 희생자들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영화<26년>은 5·18민중항쟁 1세대와 2세대의 갈등의 모습이 비춰진다. 1세대는 사죄를 받아 역사적으로 기록을 남겨야한다 생각했고, 2세대는 더 이상 기다릴 필요 없이 복수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조근현 감독은 사죄와 복수 사이에 감독의 의도성이 개입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물리적으로 복수하는 것에 중심을 두지 않았다”며 “기본적으로 사죄 받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었다”고 말했다. 용서해주기 위해서는 사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유시네마토크’에 참가한 관객은 “영화 속에서라도 시원하게 복수하기를 바랐다”며 “복수하지 않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라고 조 감독에게 질문했다. 조 감독은 “명백하게 총을 쏴 복수했다면 상영하기 힘들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이유 뿐만은 아니었다. 조근현 감독의 의도는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꺼림칙한 마음이 시원하게 해소가 되는 것이 아니라 더욱 화가 나게 만드는 것이었다. 조 감독은 “그 화를 가지고 사회를 바꿔보자는 의식을 갖게 하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또한 극중 심미진(한혜진)이 총을 쏘지 않고 질질 끄는 모습은 “그 사람과 상반되는 모습을 통해 인간의 생명을 함부로 할 수 없는 역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26년>은 거대한 담론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무식한 깡패도 기업CEO도 경찰도 각 개인이 5·18 민중항쟁을 자기 식으로 표현했다. 이런 모습들은 그들이 5·18 민중항쟁을 외면하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36년>이 만들어진다면 영화<26년>과 다를 것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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