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은 강인하며 부드럽고 섹시하며 깨끗하다. 옛 종이로만 생각됐던 한지가 변하고 있다. 더 앙증맞고 더 예쁘고 더 섹시하게. 전주 한지 박물관 관계자는 “최근에 들어서서 한지의 쓰임이 박물관에서나 보는 옛날 종이를 넘어서고 있다”며 “옷은 물론이고 스크린 스피커 등의 전자기기에도 한지가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대신문>은 지난 1일 한지의 새로운 변신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지숨갤러리 황용운 대표를 찾았다.

엄마를 생각나게 하는 한지의 따뜻함

▲ 전주 한지 박물관에서 한지체험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전주 한옥마을에 자리 잡고 있는 지숨갤러리에서는 한지에 숨을 불어넣는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한지포토문화공간 지숨갤러리의 황용운 대표는 “우리 종이인 한지가 점차 그 본래의 쓰임을 잃어가고 있는 게 안타까웠다”며 “한지에 글이나 그림을 넣어 본래의 쓰임을 되찾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한지 포토가 시작이 됐다.

한지는 인쇄가 어려운 종이이다. 한지의 특성상 표면의 코팅이 단단하지 않아 잉크의 양이 많이 소모되며 쉽게 번져버리기 때문이다. 잉크의 양이 많이 들다보니 칙칙하고 탁해지기 십상이다. 지숨갤러리는 포기하지 않았고 4개의 특허를 사용하여 세계 최초로 한지에 인쇄를 성공했다. 황 대표는 “한지에 인쇄를 하게 되면 그 자체가 주는 따뜻함이나 온유한 질감들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며 “한 여성분은 새참 먹으라고 부르는 할머니 사진에 자신의 엄마가 느껴진다 펑펑 울기도 했다”고 전했다.

황 대표는 “젊은 세대의 친구들이 한지가 우리 종이라는 것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우리 종이가 사라져가는 이 현실에 대해 고민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지포토와의 만남을 통해 한지의 ‘불편한 진실’을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숨갤러리가 천년을 이어온 한지문화를 앞으로의 천년으로 이어갈 수 있는 공간”이라며 “앞으로 전 세계의 사진인화시장에서 한지 사진의 특성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큰 꿈을 전했다.

다시 서게 된 이 자리마저

▲ 한지포토문화공간 ‘지숨갤러리’ 황용운 대표

“옛 것을 이용해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옛 것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돈을 벌고 있습니다.”

전주 한옥마을은 본래 고유의 전통미와 다양한 문화들이 만나 지금 모습의 토대를 일구어냈다. 그래서일까? 점차 고유의 전통과 문화는 사라지고 먹거리 가득한 장소로 변모했다. 황대표는 “50% 이상을 차지하던 문화공간은 현재 9%도 채 남지 않았고 그 마저도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지숨갤러리 역시 현재 그 변화에 어렵게 서게 된 자리마저 내줘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황 대표는 “정작 이 곳에 있어야 할 것들이 사라져야만 하는 현실에 문화의 가치마저 사라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우리의 문화가 다시 우리에게 새롭게 돌아온 이 기회를 우리는 쉽게 여겨서는 안 된다. 우리 고유의 가치가 다시 되살아날 수 있는 희망의 불씨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문화가 지켜질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그들이 어렵게 이어온 숨을 쉴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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