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다른 와드(WOD)로 자만함 없고 지루함 없고

2016년 4월 16일 목요일
<skill> Toes to Bar, Max K2B, K2E, Knee raise
<wod> 3R of 3 min AMRAP, 3 min Rest. 15 Burpee, 30 Double under.

위의 내용을 풀이하면 이렇다. 와드(WOD·Workout Of the Day)란 그날의 운동, 구체적으로는 그날 해야 할 운동의 목표량을 말한다. 버피(선 자세에서 손 짚고 엎드렸다 일어나기) 15개, 더블언더(줄넘기 이단 뛰기) 30개가 1라운드고 3분 동안 최대 라운드를 하면 된다. 3분 운동 뒤엔 3분의 휴식시간을 가지며 휴식 후, 다시 라운드를 시작한다. 이것을 3번 반복한다. 그러니까 오늘의 와드 총 운동 시간은 18분인 것이다. 각 라운드의 rep(동작의 개수)과 전체 rep을 기록하면 운동 끝. 와드는 매일 바뀐다.

크로스핏(cross-fit)을 배운지 3개월만에야 체육관 화이트보드에 쓰여 있는 크로스핏 언어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 언어에 익숙해져야 하는 이유는 크로스핏의 와드는 매일 동작도 진행 방식도 제한 시간도 다르기 때문이다. 크로스핏은 1980년대 미국에서 시작됐다. 이는 여러 종목을 섞어서 하는 운동으로 크로스 트레이닝(cross training)과 피트니스(fitness)의 합성어다. 크로스핏은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신체를 목표로 한다. 미국에서 2000년대 들어서 체계화됐고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다.

크로스핏은 쉽게 말해, 고강도 운동을 최단 시간에 하는 것이다. 짧게는 7분, 길게는 20분 안에 정해진 와드를 최대한 수행해야 한다. 동작에 어려움이 있으면 자신의 체력에 맞게 운동의 강도를 조절하거나 동작을 조정할 수 있다.

내가 크로스핏에 도전한지 이달로 3개월째다. 오는 4월 17일이면 꼬빡 3개월이다. 3개월 동안 다양한 동작을 배웠다. 와드 시작 전 스트렝스(strength) 훈련과 스킬(skil) 훈련으로 크로스핏의 동작을 하나씩 익혔다. 스트렝스와 스킬 훈련을 설명하자면, 이 둘은 와드 시작 전 바벨 동작(크로스핏은 역기를 이용한 동작이 많다)을 익히고 동작 수행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훈련이다.

맨 위에 적은 오늘의 와드를 예로 들면, 저 날 스트렝스 훈련은 없었고, 토즈투바(Toes to Bar)라는 스킬 훈련만 있었다. 토즈투바는 바에 매달려 양 발 끝을 손이 매달려 있는 바에 터치하는 동작을 말한다. 이게 안 되면 바에 매달려 무릎을 가슴 높이까지 올리는 동작을 연습하면 된다.

안 되는 체력에 따라주지 않는 몸뚱이를 이끌고 내가 3개월 꾸준히 크로스핏을 다닌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다. 처음에는 체중감량만이 목적이었지만, 어느 순간 그 욕망은 잊고 동작을 얼마큼 바른 자세로 얼마큼 잘 해내고 있는지에 집중하고 있었다. 몸의 변화는 체지방량 2.5kg 감소와 근육량 1.3kg 증가였다.

크로스핏의 매력은 내 신체의 취약점을 너무도 잘 알게 한다는 것이다. 아는 걸 넘어서 피할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신체 중 어디가 발달되었고 어디가 그렇지 않은지 계속 자각하게 만들면서도 그 약점에 계속 맞서게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push up(푸쉬업, 팔굽혀펴기)과 pull-up(풀업, 턱걸이) 등의 동작에 약하다. 나는 이러한 동작을 매번 수행할 때마다 어느 날은 내가 배에 힘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가, 어느 날은 팔뚝에 힘이 없어 그런 것 같기도 하며, 어느 날은 그냥 온 몸에 근육이 부족해서인 것도 같다고 느낀다. 그렇게 매일 내 몸을 들여다보면서 조금 더 나아지는 모습을 기대하고 궁금해 한다. 잠들어 있는 몸의 구석을 조금씩 흔들어 깨우는 기분이다. 욕심 부리는 성격도 못되지만, 욕심 부리지 않고 내 몸에 맞게 차근차근 잘해내고 싶다. 언젠가는 밴드 없이 풀업을 한 개라도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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