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키가 186 센티미터잖아요
아무래도 여기 와서 좀더 자라지 않았나 싶어요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고 그러다보니까
기지개 그림자가 더 늘어져 보이는 거예요
이러다 내 키가 2미터를 넘으면 어쩌지요
머리가 버스 천장을 뚫고 나가면 어쩌지요
내 걱정은 아주 건강한 걱정
내 걱정은 아주 배부른 걱정
그러니까 모두들
내 걱정은 말아요
시 ‘나는 우리가족의 119, 부르면 언제든 달려옵니다’ 중에서
 
 
누군가가 사랑하는 이의 못 다한 말을 전해준다면 어떨까? 누구나 한 번쯤 해볼 수 있는 생각이다. 하지만 여기 누군가의 못 다한 말을 전하기 위해, 남겨진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34명의 시인들이 모여 만든 시집이 있다. 바로 단원고등학교 아이들의 시선으로 쓰인 시집 ‘엄마. 나야’가 그것이다.

이 책을 엮은 ‘치유공간 이웃’ 관계자는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의 생일모임에서 시인들이 모여 생일시를 썼다”며 “이 생일시가 유가족들은 물론,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어 시집으로 출판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집을 통해 희생학생들에게 집중해보는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제 곧 4월 16일, 세월호 2주기가 돌아오고 있다. 아직 다하지 못한 말들을 남긴 이 시집으로 그들을 위해 추모하는 하루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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