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최고의 사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앞으로 우리 세상은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만큼 발전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2007년 원광대학교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말한 내용입니다. 2016년이 다가온 지금, 이 짧은 문장은 우리에게 더 없이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모든 사람’과 ‘행복’이 같이 공존할 수 있는 개념. 민주주의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가치입니다.
 
이 세상 수많은 동물 가운데 사회성 동물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벌목 곤충과 고등 포유류들 정도만이 복잡한 사회를 만들어 살아갑니다. 동물들의 사회를 살짝 들여다보면, 보통 집단에는 우두머리가 하나 있고, 여러 구성원들은 우두머리를 따릅니다. 생활도 사냥도 번식도 모두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진사회성생물인 벌목 곤충의 경우, 그 집단은 혈연으로 묶여 있습니다. 집단 내에는 여왕이 하나 있고 그녀의 딸들이 여러 역할을 맡아 사회를 꾸려갑니다. 우두머리는 많은 권리를 누릴 수 있지만 큰 책임감을 가집니다. 또한 잠재적 위협도 걱정해야 하지요. 자신의 자리를 노리는 구성원들의 욕망도 통제해야합니다. 
 
이들의 사회상은 왕정과 다름이 없습니다. 가장 힘이 센 녀석이 우두머리가 되어 권리와 이득을 독점하는 형식이죠. 음식도 가장 먼저 먹고 번식도 독점합니다. 벌목 곤충들은 더합니다. 여왕이 될 운명을 타고난 선택받은 녀석들은 죽을 때까지 여왕으로서 살아갑니다. 가끔 자신의 알을 낳아 기르는 일개미들은 철저히 응징당합니다. 사회의 운영에 대해 다른 구성원들의 참여는 기대할 수도, 아니 생각할 수조차 없습니다. 민주주의는 꿈꿀수도 없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데즈먼드 모리스가 말한 ‘털 없는 원숭이’는 조금 특별해 보입니다. 고등 영장류가 보여주는 부족제를 지나 왕정으로, 그리고 공화정을 거쳐 민주주의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피를 통해 우리는 우리만의 특별한 사회제도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공동체 구성원이 사회의 운영에 말을 할 수 있는 ‘민주주의’가 바로 그것입니다. 완벽할 수 없지만 보다 많은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담긴 사회제도임에는 틀림이 없죠. 수천년의 역사를 거쳐온 현대 인간사회에서 민주정을 채택한 이유는 ‘그나마 가장 합리적인 제도’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금, 21세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民主는 다수가 아닌 소수에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다른’ 의견을 ‘틀린’ 의견으로 매도하는, 정치권력이 民을 가르고 찢고 나누는, 民의 목소리를 듣지 않은 채 폭력으로 치부하는, 그리고 民이 선출한 리더는 民과의 약속을 모른 체하는,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행하는 제도’라는 민주주의의 정의가 무색할 지경입니다. 인간만이 가진, 인간만이 이룰 수 있는 사회상인 ‘민주주의’. 하지만 작금의 모습은 오히려 권력을 두고 싸우는 동물 사회와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다가올 한해에는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 새로운 대한민국이 현실로 다가오길 간절히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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