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창공이 원혼의 피눈물로 물들어, 잿빛 같은 암흑을 드리우고 온 세상의 분노가 열화와 같이 치솟아 암흑의 장막을 불태울 때, 원망조차 잊어버린 순결한 여린 혼령들은 신당수의 하늘에서 소리친다. 엄마! 아빠! 홍익인간의 천부인은 어디로 사라졌나요?”

작년 세월호 침몰로 인한 슬픔을 도올 김용옥 선생은 이렇게 부르짖었다. 시대와 정부를 향한 그의 외침은 사무쳤다. 다음은 작년 도올 선생의 통렬한 목소리를 정리하면서 지금 이 시대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는 내용이다.   


1950년 6월 25일, 국민 전체의 안위를 책임지고 있었던 이승만은 새벽부터 전쟁 발발의 소식을 듣고 우선 자기 혼자 도망갈 생각부터 했다. 26일 아침 8시 국방장관은 라디오에 나와 국군이 인민군을 물리치고 북진 중에 있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그런데 27일 새벽부터 비상국무회의가 열렸지만 이승만은 회의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고 열차편으로 이미 몰래 서울을 빠져나갔다. 대전에 도착하자마자 이승만은 특별담화를 녹음했다. 그 담화문은 27일 오후 9시부터 서울중앙방속국에서 전파를 타고 전국민에게 전달되었다. “우리 국군이 용감하게 적을 물리치고 있습니다. 국민과 공무원은 정부 말을 믿고 동요하지 마십시오. 나 대통령 본인도 서울을 떠나지 않고 국민과 함께 서울을 지키고 있습니다.” 거짓말이었다. 

이승만의 파렴치한 만행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28일 새벽 2시 30분, 아무 예고도 없이 한강대교를 폭발시켜버렸다. 사전 통보나 통제가 없었기에 50대 이상의 차량이 물에 빠지고 그 다리를 건너가던 시민 500여명이 폭사 당했다. 군사전략적으로 볼 때도 이것은 터무니없는 실수였다. 이승만은 전 서울시민을 서울에 가두어놓고 자기 혼자만 살 생각을 했다. 우리는 이런 이승만을 성스런 통치자로 모시는 기나긴 정치사적 이념의 둘레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역사의 비극적 상황이란 모든 함수가 최악의 길을 재촉하도록 협동을 한 필연과 우연의 사태이기 때문에 그 인과를 단선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사태의 해결이나 반성에 크게 도움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수많은 인과계열 중에서도 움직일 수 없는 명백한 사실들이 있다. 


호걸이란 성군문왕의 다스림이 없이도 태어난다고 맹자가 말한, 그 리더십의 주인공들이 출현하는 것을 이 시대는 막아버렸다. 오로지 민중의 집단적 판단 속에서만 우리 사회의 정의는 지켜져 내려왔다. 이러한 사태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역사가 총체적 부실 속에 있기 때문이다. 맹자는 통치자가 진정 생부의 원리를 가지고 다스리면 죽는 사람도 죽음을 원망치 않는다고 했다. 


현 정부는 死道의 원리로써, 죽음의 원리로써, 생사람까지 좌파·종북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 코스모스는 다중의 죽음이며, 죽음의 질서인 것이다. 이러한 불상사는 99%의 대중을 희생시켜 1%의 부귀권세가들을 봉양하려는 정부의 줄기찬 정책 기조가 역사·교육·경제·정치·행정·법률·문화 등 전반에 끼친 영향이 만들어낸 결과다. 최근에 대통령을 비롯한 장관들은 국민들의 소리를 듣지 않고, 스스로 담화를 쏟아내고 있다. 그들은 담화 속에서 국민을 통치의 대상으로 보고 훈육시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05년 한나라당 대표시절 연두기자회견에서, “역사에 관한 일은 국민과 역사학자의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경우든지 역사에 관해서 정권이 재단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역사를 다루겠다는 것은 정부가 정권의 입맛에 맞게 하겠다는 의심을 받게 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를 새로 써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고 말했다. 이것도 거짓말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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