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방학이 되면 많은 학생들이 노량진 공무원 시험학원가로 몰려든다. 올 해 세무직(지방세) 서울시 9급 선발 시험은 159.21대 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얼마 전에는 초등학생 장래 희망 1위도 공무원이라는 뉴스가 보도되기도 했다. 2015년 11월 25일 기사에 따르면(www.asiatime.co.kr) 2013년 기준 OECD 가입국의 평균 비정규직 비율이 11.8%인데 반해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비율은 30%를 넘어섰다.

학생들의 삶은 점점 열악해지고 있다. 교수들의 관심사는 평가지표에따라 '강의'에서 '연구'로 옮겨가기 마련이고, 많은 교수들이 강의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은 눈에 띄게 짧아지는 상황이다. 그리고 많은 학생들은 노량진 학원생으로, 교수는 학원 강사 정도로 변해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심각한 취업난과 급증하는 비정규직 숫자는 급기야 노량진 학원가를 ‘희망의 메카’로 만들었다. 졸업장의 위력 하나로 대학은 버티고 있고, 대학 고유의 역할은 분명 퇴색되었다. 물론 대학의 역할이 ‘연구’ ‘교육’ 그리고 ‘봉사’에 한정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일차적인 ‘취업교육기관’으로 되어가는 것, 최소한 그것이 대학의 본질이 되는 것은 마땅치 않다.

대부분의 대학이 정부의 재정적 지원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대학 고유의 정체성을 고집하는 것은 자폭이라는 논리도 타당하다. 그러나 그들이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취업률의 절대지표에 우리의 대학은 점차 노량진 학원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는 것일까?

언젠가 모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미안합니다. 우리가 다니던 대학은 이러지 않았는데, 이렇게 하지 않아도, 많은 것을 경험하고 즐기면서도 졸업을 하면 취엄을 하고 살아갈 수 있었는데, 여러분에게는 그러지 못한 세상을 만들어 줘서 미안합니다."

대학이 취업교육을 배제할 수 없으며, 현실적 문제로 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시대적 상황을 아무리 감안한다하더라도, 성공적인 취업 하나에 목적을 두고 있는 2015년 대한민국의 대학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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