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로에 선 우리 역사

역사는 정권의 전유물이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국가를 위한 역사’라는 신념에 자신들의 가치를 입히고 말았다. 이러한 모습은 옆나라 일본에서도 볼 수 있다. 검인정교과서를 가장해 국정교과서를 운영하고 있는 일본은 역사왜곡을 통해 제국주의 시절 일본의 부활이라는 가치에 신념을 입혔다. 아베정부는 역사퇴보의 길을 만들었고 우리나라는 이를 밟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태는 전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한다.

 

▲ 지난 5일 인문대 1호관 앞에 모인 사학과 학부생, 대학원생, 강사들이 역사 관련 서적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메시지’가 적힌 노란 풍선을 달고 있다.

일본의 ‘헌법 개악’으로 본 ‘한국의 국정화’

지난 4월 일본 문부과학성(교육부)은 중학교 사회교과서 18종 중에 13종이 ‘한국이 독도를 불법점거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일본은 교과서 검정제도를 채택하지만 사실상 무늬만 ’검정제도‘일 뿐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1월 일본은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다케시마는 일본의 고유 영토이고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다”고 교과서에 기술할 것을 명시했기 때문이다.

아베정권의 ‘헌법 개정’은 현재 우리나라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강은영 조교수(사학)는 “일본은 평화헌법이라고 불리는 ‘헌법 9조’를 개정해서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됐다”며 “대다수의 국민이 반대를 해도 개헌을 강행한 일본의 모습이 한국사 국정화 과정에서 정부의 여론수렴의 문제과정을 떠올리게 한다”고 덧붙였다. 탈북자 ㄱ 씨는 “역사교과서는 김정일의 주체사상을 북한주민에게 주입시키는 수단이 된다”며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이 역사교과서가 국정화가 되면 교묘하게 왜곡될 수 있는 구실을 만들어주는 것과 같다”고 우려했다.  

지난 7월 아베 정권은 개헌 발의를 위해 원래는 참의원, 중의원이 각각 3분의 2이상 찬성해야하지만 과반수 찬성으로 기준을 완화해 헌법을 쉽게 고칠 수 있도록 했다. 자국 내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아베정권의 입맛에 따라 동맹국이 침략받을 경우에도 무력으로 개입할 수 있는 ‘집단적 자위권’이 ‘안전보장관련법안’으로 최종적으로 통과된 것이다.

이제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박제홍 교수(일어일문)는 “우리가 국정교과서로 친일의 역사를 미화하는 등의 왜곡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이제는 일본의 왜곡된 역사를 비판만 할 순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백효인 씨(국어국문·13)는 “왜곡된 역사가 기록된 교학서 교과서가 나왔지만 국민들의 역사인식이 높아서 대부분의 학교에서 검정받은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았던 경우도 있었다”며 역사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고 전했다. 

 

누가 진짜 대한민국 국민인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면 국민이 아니다.”

지난달 26일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말이다. 또한 그는 “국정화 반대는 적화통일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지난달 27~29일 조사)에 따르면 국정화 반대 49%, 찬성 36%로 반대가 1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자신을 뽑아준 지역구민을 포함해 절반에 가까운 국민을 부정한 셈이다.

‘천안함 폭침’, ‘간첩단 사건’을 비롯해 그들이 필요할 때 마다 전 국민을 좌우로 나누고 종북몰이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곽동기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은 “정부는 국정화 추진배경으로 국민통합을 제시했지만 현실은 국민을 좌우로 갈라놓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내년에 있을 총선과 다음 대선을 앞두고 보수층을 결집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통합을 원한다면 국정화 문제를 논의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즉 국정화 찬반 논의로 전 국민의 국론이 분열되고 쓸데없는 곳에 힘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 대학 최영태(사학) 교수는 “같은 국민을 적으로 만들기 위해 ‘종북프레임’을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종북프레임’이 정치적 반대세력에게 효과적인 공격 수단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정화 논의 과정에서 보수단체는 국정화 반대 세력에게 이념적인 공격을 했다.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 이상진 상임대표는 <전대신문>와의 통화에서 “역사학계에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북한이 선전하는 ‘민중민주주의’를 따르는 사람들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최 교수는 “우리사회의 천박한 이념논쟁의 결과물이다”며 “정치적 반대세력을 ‘빨갱이’로 매도하는 옳지 못한 모습이다”고 반박했다. 이어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친일 세력의 친일 행위를 감추고 그들의 ‘공’을 부각해 권력을 유지하고 공고히 함에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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