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포기하는 학생들 늘어…리얼 연애프로그램 통해 대리만족 느껴
<지스캐치> 분석 ‘드레이크 방정식’에 의하면 광주서 연인이 될 수 있는 사람 단 14명 뿐
 
ㄱ 씨는 얼마 전 연인과 헤어졌다. 한동안 정들었던 사람 곁을 떠나야 한다는 것에 마음은 아팠지만 더 이상 만남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연애가 경제적으로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돈이 없다거나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연애를 못한다는 것은 핑계라지만 모르는 소리다. 데이트를 하러 학교 밖을 나가면 당연히 돈이 드니 함께 밥을 먹는 것도 쉽지 않았다. 요즘은 커피 값도 비싸니 카페에 가는 것도 부담이 됐다. ㄱ 씨는 헤어지고 나서 연인과 함께 했던 시간에 학교공부와 취업준비에 집중했다. 헤어지고 나니 이제 연애는 더 어렵게 느껴진다. 가득이나 인구성비도 안 맞는데 이성 친구를 만날 자리도 없다. <전대신문>은 연애를 포기하게 만드는 사회를 알아보고, GIST는 연애 가능성이 적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접근했다. 연애에 뒤돌아서기, 포기한 만큼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1 사회적접근-포기하면 편하지
▲ 삽화= <지스캐치> 문지환, 남지윤 기자
“사랑이라는 자연스러운 감정까지 제약받는 연애포기라는 상황은 비인간적인 우리 사회의 단적을 보여주는 예다.”
 
신지원 교수(사회)의 말이다. 신 교수는 연애포기의 이유를 무한경쟁사회에서 찾았다. 2030세대들이 결혼, 출산, 연애를 포기하고 산다는 ‘삼포세대’를 넘어서 그 이후로 인간관계와 집을 추가한 ‘오포세대’, 꿈과 희망까지 포기한 ‘칠포세대’,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한 ‘N포세대’라는 용어까지 나왔다. 시간이 흘러도 결코 나아지지 않은 사회 분위기에 젊은이들의 늘어나는 좌절과 한숨만큼 포기의 숫자도 늘어났다. 치열하게 경쟁하며 자라온 대학생들은 보장된 삶을 위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연애를 외면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들은 ‘연애’에 부담을 느끼고 있을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 모니터’의 삼포세대와 관련한 설문조사(2014)에 따르면 65.7% 자신이 ‘삼포세대’에 해당한다고 동의했다. 특히 20대 초반의 52.3%가 연애를 포기한 점에서 자신인 삼포세대라고 답했다.
 
2030세대가 연애를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데이트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점이 59.9%로 가장 많았고 실업상태(45%), 취업준비(43%)가 그 뒤를 이었다. 대학생 김은정 씨(광주여대)는 “공부와 취업에 대한 부담으로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이 꺼려진다”고 말했다.
 
사회, 경제적인 이유로 연애를 외면하는 젊은이들은 아르바이트와 취업준비에 열중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최근에는 연애포기라는 주제의 드라마도 생겨났다. MBC에브리원 웹드라마 ‘연금술사’는 연애금지기술사의 줄임말로, 연애가 금기시 된 취업전쟁에서 연애금지를 외치는 대학 동아리의 이름이다. 스펙 쌓기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 시대 대학생들에게 연애포기각서를 시작으로 연애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내용이다.
 
남녀 출연자들이 가상연애를 하는 리얼 연애프로그램들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시청자들은 자신의 현실과 상반되는 ‘남녀가 연애하는 장면’을 통해 외로움을 달래거나 대리만족을 한다. 연애를 자발적으로 안하는 사람도 늘어남에 따라 새로운 문화가 생기기도 한다. 자기계발에 집중한다거나 취미활동으로 외로움을 해소하는 것이다. 사누리 씨(사회·13)는 “연애를 하면 시간낭비라고 느껴진다”며 “굳이 감정소비를 하는 것보다 그 시간에 내 자신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연애포기의 부정적 측면은 남녀의 소통이 단절되는 것이다”며 우려를 표했다.
 
#2 과학적 접근-연애는 원래 어렵다!
▲ 삽화= <지스캐치> 문지환, 남지윤 기자
서늘한 날씨가 가을을 알리고 거리 곳곳에는 커플들이 보인다. 홀로 걷고 있는 내가 이상하게 느껴진다. 괜스레 맘 한구석이 아려오는 것만 같다. 혼자인 것이 이상한 것일까? 나와 짝이 될 사람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영국의 수학자 피터 베커스(peter backus)도 이런 생각을 했다. 그는 드레이크 방정식을 사용해 자신의 여자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의 수를 계산해보기로 했다. 드레이크 방정식이란, 본래 인간과 교신할 수 있는 외계의 지적 생명체의 숫자를 추정하기 위한 방정식이다. 이 방정식을 응용하면 나의 짝이 될 수 있는 이성의 숫자 또한 어림짐작할 수 있다. (짝을 찾기 위한 드레이크 방정식, 피터 베커스의 논문 ‘why i don’t have a girlfriend’에 보완을 가했다.)

여기 광주에 사는 20대 남성, K가 있다. K는 만나는 10명 중 한 명에게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다. K는 장거리 연애가 부담스러워 광주에서 자신의 짝을 찾고 싶다. 나이 대도 비슷했으면 좋겠다. 자신과 비슷한 연령대(10살 이내) 여성이면 좋을 것 같다. K는 여자친구를 찾으려 열심히 노력하겠지만, 50살까지 이성을 만나지 못하면 연애를 포기하려고 한다.

이러한 모델을 가정하고 드레이크 방정식을 풀면, 그의 짝이 될 수 있는 여성은 광주에 고작 14명뿐이다. 광주에 거주하는 K와 비슷한 나이의 여성이 10만 여 명인 것을 고려하면, K가 여자친구가 될 수 있는 여성을 만날 확률은 0.014%이라는 것이다. 즉, 7143명 정도의 이성을 마주쳐야 여자친구가 될 여성을 겨우 한 명 정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14명은 잠재적인 여자친구 수일뿐이다. 상대 여성이 고백을 받아줄 확률까지 고려한다면 그 수는 더 줄어든다. (내가 좋아하는 이성이 나를 좋아해 줄 가능성도 그리 크지는 않다)

1960년대에 드레이크 방정식으로 지구와 교신할 수 있는 외계 문명의 숫자를 계산한 값은 10이었고 지금은 그 값이 증가해 약 30에서 100정도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그렇다. 지구가 외계문명을 만날 확률보다 우리가 짝을 만날 확률이 낮을 수도 있다. 수학적인 추측일 뿐이지만, 짝을 찾지 못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라 오히려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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