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에는 수 십 년간 많은 사람의 희생과 노고가 깃든 귀중한 생물표본이 축적되어 있다. 운동장 구석에도 있고 박물관 한 켠에도 있다. 일부 학과에도 수많은 생물표본들이 초라하게 잠자고 있다. 우리학교의 생물 표본이 어디에 있고, 어떠한 가치를 지니며,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가? 어떻게 취급받고 관리되고 있는지 아는가? 생물표본은 전남대학교 전체의 지적·문화적·교육적 자산이자 우리 사회의 귀중한 자연문화재이며 자부심이기에 이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생물표본과 연계한 자연사 연구, 생물자원 발굴 및 보전, 생물다양성 확보를 통한 생물주권을 확립하고자 고민해왔다. 그 중심에는 어김없이 대학이 있고 지역사회 공동체와 함께 생물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많은 대학교에 자연사박물관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생물표본 인프라 구축에 최하위를 모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남대학교의 현실은 어떤가? 전남대학교는 우리 지역사회 공동체의 지적·문화적 가치를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지역을 대표하는 자랑스런 거점국립대학이다. 그러나 수많은 생물표본은 제자리를 잡지 못하여 교정 일부 구석에 박혀있고, 일부 학과 연구자들이 평생 동안 수집한 수많은 생물표본들은 훼손되기 직전이다. 함께 공유할 공간도 관리와 유지도 모두 당사자에게 부과하고 있다. 모든 비용과 책임은 당사자의 몫으로 치부할 뿐이다. 생물표본은 개인의 자산일 수 없다. 함께 공유하고 활용할 때 그 가치는 더욱 커진다. 평생 동안 수집한 귀중한 생물표본들이 교정을 떠남과 동시에 사라지는 경우를 흔히 본다. 슬픈 현실이다.

‘알면 곧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참으로 보게 되고, 볼 줄 알게 되면 모으게 되니 그것은 한갓 모으는 것은 아니다(知則爲眞愛 愛則爲眞看 看則畜之而非徒畜也)’(유한준). 작은 공간에서 잠자고 있는 생물표본이 아니라 우리의 자부심으로 살아 숨쉬는 자연문화재로써 많은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개인이나 학과 차원이 아닌 학교에서 생물표본의 가치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흩어져 있는 교정의 생물표본이 우리 모두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지적·문화적·교육적 자산이 될 수 있길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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