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된 친구가 이젠 여자로 보입니다. 그 친구와 자주만나기도 하고 같이 술도 마시며 속이야기나 고민을 털어 놓으면서 많이 기대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친구는 저에게 매우 소중합니다. 같이 지낸 추억도 너무 많고요. 그래서 섣부른 행동으로 이 친구만큼은 절대 잃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고백도 못 합니다. 지금 제 감정. 어떻게 추스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죠...

익명 사연이니까 오늘도 제 마음대로 가명을 지어 불러보겠습니다. K군 반갑습니다.

4년 된 여사친이 이성으로 느껴졌고, 그 마음을 정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을 보내주셨는데요.

저는 K군에게 그건 이미 틀렸다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좋아하는 마음은 이미 생겨버렸고, K군 혼자 정리하려 애쓰고 노력해봤자 예전의 “그냥 친구” 사이로는 돌아갈 수 없습니다.

아무리 K군이 깨끗하게 마음 정리해봐야 그녀는 이제 “내 친구”가 아니라 “내가 좋아했던 여자”가 되어 버릴 테니까요. 그럴 바엔 ‘너무나 소중한 내 친구’를 ‘너무나 소중한 내 연인’으로 만드는 데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포기를 말하기 전에 우리는 자신의 마음에 용기를 내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누어야 할 것 같아요.

K군은 지금 그 여사친과 “자주 만나기도 하고 같이 술도 마시며 속이야기나 고민까지 나눌 수 있는 사이”입니다. 이미 충분히 가깝고 서로를 잘 아는 사이라는 거죠. 자연스럽게 서로의 이성 취향에 관해서도 알 수 있는 사이고요.

그렇다면 다른 어떤 경쟁 상대보다 K군은 유리한 고지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요? 또 유추해보건대, 자주 만나 술 마시고 속이야기를 하면서 K군의 감정이 키워졌다면, 다 같이 우르르 만나는 자리에서 마음이 자란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단둘이 만나는 시간도 분명히 있었고, 앞으로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으리라 예상합니다. 그런 자리에서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다정함과 배려, 관심을 쏟아보시길 추천합니다.

어느 지점에서 K군이 그녀에게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느꼈듯이, 이제는 그 여성분에게도 K군의 이성적 매력에 대해 깨닫고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청춘은 짧고, 괜찮은 이성은 진짜 별로 없거든요. 용기 내세요. 조금 쪽팔려도 절대 안 죽습니다.

덧붙이자면, 정말 진정한 친구라면 혹여 고백이 좌절되었을 때에도 K군 고백이 얼마나 어렵고 무거운 선택이었는지도 충분히 헤아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혼자서 고민하지 마시고, 한걸음 더 노력해보고, 소중한 그 사람과 직접 이야기하시길 권합니다.

아, 잘됐으면 좋겠다!

▲ 차이고 욱하는 마음에 독립출판물 <9여친 1집>과 <9여친 2집>을 펴냈다. 빅이슈, 한겨례21, 대학내일모바일에 연애 칼럼을 연재했고, 연재 중이다. 이 시대의 사랑사랑사랑꾼. 페이스북 facebook.com/yeombeong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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