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대학생활 중 한 가지쯤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 나에게는 바로 해외에서의 경험이 그 중 하나였다. 어느 누군가에겐 이력서에 한 줄을 넣기 위함일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외국인 앞에서면 소극적이고 작아지는 내 자신을 극복하기 위한 목표였다. 하지만 어느 덧 시간은 강물처럼 흘러 4학년 1학기를 앞두고 있었고 대학생활이 막바지에 치닫게 되면서 이러한 나의 목표는 사치가 되어 얼른 졸업이나 하자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겨울방학을 앞두고 학교로부터 한 통의 문자를 받게 되었다. 바로 글로벌해외대학파견 프로그램의 신청을 알리는 메시지였다. 평소엔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휴대폰을 닫아버렸겠지만 마지막 기회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취업준비를 하는 게 어떻겠냐는 주변의 소리에 흔들리기도 했지만 난 내면의 소리에 더 귀기울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미국 미주리 대학교에 지원을 했고 올해 2월부터 6월 간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돌아왔다.

 나는 지난 1학기 동안 미주리 대학교의 LEAD(Leadership through English Advancement and Development) 프로그램을 들었다. 기존의 어학연수 프로그램들이 듣기, 쓰기, 말하기 등 흔히 우리나라 영어학원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코스였다면 이 프로그램은 역사, 리더십, 토론 등으로 이루어져있어 나의 관심을 더욱 이끌었다. 

 
나의 하루는 아침 아홉 시부터 첫 수업을 시작해 오후 세시에 강의를 마쳤다. 강의를 마친 뒤에는 외국 학생들이 많이 모여 있는 학생회관으로 가서 간식을 먹기도 하고 라디오를 듣기도 했다. 해외대학에서 보내는 시기만큼은 최대한 그들의 생활에 녹아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주일에 한 번씩 언어도우미의 일환으로 해당 학교 학생과 만나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이때만큼은 언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낯선 이에게 거리를 두던 나의 단점을 고쳐나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또 금요일의 오후 수업은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별도의 시간표가 있었는데 이때는 그 곳 지역주민들을 만나 동양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그들의 생각과 미국과 우리나라에 대한 이미지를 서로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과제는 그 곳 주민들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던 것이다. 사실 동양인이 많지 않은 그 곳에서 우리나라를 과연 알까라는 생각에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그들이 모른다면 내가 우리나라를 조금이라도 알려주면 된다는 생각으로 임했던 것이 떠오른다. 연일 방송에서 단골 질문으로 나오는 김치와 싸이가 아닌 우리나라의 국기와 수도, 그리고 북한과의 차이점 등 아주 간단한 것부터 소개하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특히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가장 크게 와 닿았던 것은 바로 토론 문화다.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자신의 생각을 과감히 표출하는 그들 속에서 눈치를 보고 있는 나를 보면서 내가 나의 의견을 이야기 하는 데 있어 너무나 소극적이었던 것은 아닐까 되돌아보기도 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미국에서 한 학기를 마치면서 사소하지만 큰 변화를 가질 수 있었는데 그 중 언어에 대한 흥미는 내게 전환점이 되었다. 그것이 영어가 되었든 일본어가 되었든 언어를 배운다는 것 자체에 재미를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사실 토익과 토익 스피킹 등 오로지 시험 점수에 목 매가며 언어를 공부했던 것이 사실이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점수가 나올 땐 그 자체로 언어에 대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 시기만큼은 점수가 아닌 오로지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언어로 공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외국어 공부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교정 할 수 있었다.

현재 우리대학에서 제공하고 있는 해외대학 교환학생 및 파견 프로그램은 상당히 다양하고 선택할 수 있는 학교도 많다. 만약 이러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면 당부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그 시기만큼은 그 나라의 사람들과 언어 그리고 문화에 흠뻑 빠져도 좋다는 것이다. 내게 다소 아쉬웠던 부분은 더 많은 지역축제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실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편안함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그 곳에서 만나게 될 언어의 장벽과 낯선 곳에서 오는 피로감. 하지만 뒤늦게 생각해보면 이러한 것들을 이겨내고 밀어낼 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었을까 되짚어보게 된다. 사실 경험이 최고의 자산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우리는 낯선 곳에서 익숙한 것을 찾고자 하는 욕구 때문이다. 하지만 익숙함의 울타리를 벗어날 때 우리가 성장할 수 있는 씨앗들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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