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개글>차이고 욱하는 마음에 독립출판물 <9여친 1집>과 <9여친 2집>을 펴냈다. 빅이슈, 한겨례21, 대학내일모바일에 연애 칼럼을 연재했고, 연재 중이다. 이 시대의 사랑사랑사랑꾼. 페이스북 facebook.com/yeombeonglove

남자친구와 헤어졌습니다. 서로 전화하면서 울면서 마지막통화를 했는데 저는 아직도 못 잊겠어요. 이 남자가 지금 여러 가지로 힘든가 봐요. 그 사람은 아직도 제게 마음이 있는데 어쩔 수 없이 저를 놓아주는 것 같아, 잡고 싶었지만 잡을 수 없었어요. 정말 좋은 남자예요. 언젠가는 돌아오겠죠?

네, 지금 무슨 심정인 줄은 충분히 알겠습니다. 익명이니까 A양이라고 부를게요. A양, 위로는 친구 분들에게 충분히 받으시고 저는 좀 냉정한 이야기를 할게요.

먼저 첫 번째, A양의 그 사람에게는 자기가 힘들 때 정리해야 하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A양 당신입니다. A양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을 거고, 그 사람에게 지금 정말 어렵고 힘들고 바쁜 어떤 사정이 있다고 믿고 싶겠지만요. 지금 벌어진 이 결과를 두고 보았을 때, 이건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고, 또 현실입니다. 괴롭겠지만 그 사람과 A양이 정말로 깊은 인연이었더라면, 같은 상황에서도 서로 기대고, 의지하고, 도움을 주며 그 상황을 해결해 나갈 길을 찾으려 하지 않았을까요? 상대방이 정말 내 사람인가를 결정하고 판단할 때, 상대가 위기를 겪을 때 나를 어떻게 대하는가도 반드시 보아야 합니다. 그러한 기준에서 본다면, 그 사람은 다시 A양에게 돌아온다고 해도 다시 힘들어지면 A양에게 또 지금처럼 행동할 수 있다는 점을 꼭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격언을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한 번 쓰인 책은 그 결말이 바뀌지 않는다.” 그 사람이 돌아온다고 해도 해피엔딩은 열 받지만 기대하기 힘들 거예요.

두 번째로 A양한테 해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그 사람이 정말 좋은 사람이고 나발이건 간에 A양 당신은 더 좋은 사람이라는 겁니다. 먼저 자기 자신부터 챙기세요. 지금 상처 받고, 아프고, 괴로운 당신을 먼저 보시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그 사람이 지금 얼마나 힘들지, 어떤 마음으로 내게 그런 이야기를 했을 지를 굳이 곱씹어봐야 지금의 이별을 헤쳐 나가는 데에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차라리 울고, 소리 지르고, 친구들에게 그 사람 욕을 하고, 패악을 부리시라고 하고 싶습니다. 순정을 지키고 더 큰 사랑으로 그 사람을 기다리는 것? 글쎄요,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라면 감동 받으며 볼 수 있을 테지만 A양은 그것을 실제로 겪어내어야 하는 살아있는 사람이기에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네요. 다쳐있는 자기 마음부터 먼저 추스르셨으면 좋겠어요. 내 마음을 내가 보듬어주고,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도 만나고, 좋은 날씨에 산책도 하고, 좋은 책도 읽고 그렇게요. 그 사람을 이해하려 애쓰면서 기다리느라, 안 그래도 지옥 같은 이별의 과정을 너무 길어지게 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원래 이렇게 냉정하고 쿨하고 난리난 사람은 아니에요. 저야말로 이별하고 그 누구보다 구질구질했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 맘을 알기에 A양 손이라도 붙잡고, 아이구하면서 소주라도 한 잔 사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대신 조금 독하게 필요한 말을 전했어요. 원래 좋은 약은 쓰다잖아요. 약이라 생각하고 꾹 받아들이고, 생각을 잘 정리하시길 바랄게요. 아무리 아프고 괴로워도 그 순간은 반드시 지나갑니다. A양, 그 사람 없어도 당신은 멋지고 좋은 사람이에요. 괜찮아요. 너무 많이 흔들리고 휘둘리지 마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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