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무뎌지게 마련이다.

고시원 살이도, 총여학생회의 감사 불신임 판정도, 어느 교수의 성희롱 사실도, 누군가의 죽음도 시간이 지나면 무뎌진다. 지난달 18일 부산대 고현철 교수가 ‘총장 직선제를 수호해야한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투신했다. 그는 그의 투신을 우리에게 주는 충격요법이라 설명했다.

그의 부고를 접하고 지난해 총장직선제를 공모제로 바꾸는 것을 논의하는 자리에 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총장 직선제 요소를 학칙에서 삭제하라’는 교육부의 방침에 따르기 위한 자리였다. 본부는 ‘재정을 쥐고 있는 교육부의 협박에 따른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했다. 다른 대학들도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 총장직선제는 1988년 우리 대학에서 최초로 시행된 후 대학 민주화의 상징처럼 여겨졌었다. 당시 직선제를 포기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총학생회 간부 한 명이었다.

물론 우리 대학에서도 반발의 움직임이 있었다. 평의원회는 이 사안을 투표에 부쳤고 70%가 넘는 교수가 반대했다. 반대 여론이 우습게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총장직선제 폐지 수순을 밟긴 했지만.

고현철 교수의 죽음이 준 충격도 잊혀져갈 것이다. 하지만 그가 ‘투신’이라는 충격요법을 쓰면서까지 우리에게 전달하려고 했던 뜻은 잊혀서는 안 된다. 그의 뜻이 바래지 않게 총장직선제를 지켜내야한다. 그의 유서 마지막 구절을 인용한다.

“대학의 민주화는 진정한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의 보루이다. 그래서 희생이 필요하다면 그걸 감당할 사람이 해야 한다. 그래야 무뎌져 있는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이 각성이 되고 진정한 대학의 민주화 나아가 사회의 민주화가 굳건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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