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일~14일까지 진행된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아래 광주U대회)에 아르바이트, 서포터즈, 자원봉사 등으로 참여한 이들이 임금 체불, 잘못된 근로계약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8월 6일, <오마이뉴스>·<전대신문>·알바노조 전남대분회에 접수된 피해 사례는 13건으로, 40여 명의 아르바이트 노동자·서포터즈·자원봉사자 등이 "임금을 받지 못했다", "식사시간이 보장되지 않았다",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다" 등의 고충을 토로했다.

이와 별개로, 6일 광주광역시가 조사해 발표한 것에 따르면 광주U대회 서포터즈, 자원봉사자 중 실비 지급을 받지 못한 피해자는 400여 명(자원봉사자 7279명 중 38명, 대학생 서포터즈 3741명 중 364명, 근무 중 다친 대학생 서포터즈 1명)에 이른다. 여기에 아르바이트 노동자 수까지 더하면 피해자 수는 최소 7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대신문>이 이들 중 일부를 만나 피해 실태를 들어봤다.

[사례①] 조직위·하청업체, '임금체불' 책임 떠넘기기

 
대학생 A씨는 다음 학기 등록금 마련을 위해 광주U대회 선수촌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그는 6월 26일부터 7월 14일까지 선수촌 아파트를 청소하는 조건으로, 광주U대회 조직위와 선수촌 관리 계약을 맺은 ㄱ여행사의 하청업체 ㄴ인력과 근로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A씨는 임금 약 100만 원을 아직 지급받지 못했다.

같은 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청소 아르바이트를 한 B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B씨는 "시급 7000원이라는 괜찮은 조건이라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친구 6명과 함께 청소 아르바이트를 지원했다"며 "6월 21일부터 7월 17일까지 일한 돈 120만 원가량을 아직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B씨와 함께 일한 친구들 모두 100만 원~150만 원의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B씨는 "계획했던 여행 계획도 깨지고 답답한 마음에 ㄴ인력과 광주U대회 조직위에 문의해봤으나 서로 미루기만 할 뿐 확실한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A·B씨 외에도 ㄴ인력과 계약을 맺은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약 300명으로, 이들이 받지 못한 임금은 약 5억 원에 달한다. B씨의 근로계약서엔 "2015년 8월 5일 이내"라고 임금지급일이 기재돼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계약종료 14일 이내에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근로자와 합의하여 지급일 연기 가능). 광주U대회 조직위는 뒤늦게 대책마련에 나섰다. 조직위 관계자는 6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ㄱ여행사 측과 대책마련을 위해 7일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례②] 근로계약서에 버젓이 "초과근무 수당 지급 안 해"

 
"초과근무가 발생하더라도 '갑'은 '을'에게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광주U대회 기간 중 농구 경기장에서 일한 대학생 C씨의 근로계약서 내용 중 일부다. 여기서 갑은 '광주U대회 농구(광주대)대회운영본부장', '을'은 C씨다. C씨는 그가 일한 12일(지난달 2일~13일) 중 8일 동안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근로 시간(8시간)보다 더 일했지만 초과근무 수당을 받지 못했다.

하루에 적게는 1시간 43분, 많게는 4시간 47분 더 일한 C씨의 총 초과근무 시간은 약 22시간. 액수로는 약 40만 원에 이른다.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건 근로기준법에 어긋난 행위다. 이병훈 노무사는 6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광주U대회처럼 기간제·단기간 근로자의 경우에도 초과근무 부분에 있어서는 (기존 임금의) 1.5배를 줘야 한다"며 "근로기준법은 최저 기준을 제시한 건데 이 기준에 따르지 않은 근로계약서는 무효다"라고 설명했다.

이 점을 이유로 C씨가 고용노동부 등에 진정서를 제출하자, 농구대회운영본부 관리자급 인사는 "어쨌든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았나"라며 오히려 C씨를 몰아세웠다. 이번에 농구 경기장 운영을 자문하고, 실질적 관리자 역할을 한 수도권 한 프로농구팀 장내 아나운서는 "초과근무 금액을 요구하기 이전에 본인이 주어진 시간에 얼마나 충실했으며 최선을 다했는지부터 점검해보고 내 고향, 내 고장에서 하는 자랑스런 전세계 국제경기에 먹칠하는 건 아닌지 다시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C씨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어 "계약서 사인도 타인의 부추김 없이 본인 스스로 직접 계약서 날인했다는 증인도 있다"며 "계약서가 잘됐든, 잘못됐든 본인이 사인한 것에 대한 책임도 있음을 명심하라"고 주장했다.

▲ 광주U대회 광주대 농구 경기장의 한 관리자는 초과근무수당을 요구한 C씨에게 "초과근무 금액을 요구하기 이전에 본인이 주어진 시간에 얼마나 충실했으며 최선을 다했는지부터 점검해보고 내 고향, 내 고장에서 하는 자랑스런 전세계 국제경기에 먹칠하는 건 아닌지 다시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문자를 보냈다.

C씨는 지난달 31일 기자와 만나 "근로계약서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내가 일한 부분에 있어서 정당한 대가를 받겠다는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광주U대회 광주대 농구 경기장 운영을 담당한 광주U대회 조직위 관계자는 7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근로계약서 문제는) 노동청(고용노동부 광주고용노동청) 조정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아 문제를 원만하게 처리하기 위해 노력 중에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장내 아나운서가 C씨에게 보낸 문자의 경우) 우리(광주U대회 조직위)와 같은 공무원들은 그쪽(스포츠대회) 업무를 잘 모르니까, (C씨를) 잘 달래고, 문제를 원만하게 처리하기 위한 차원에서 (중재를) 부탁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 축제에서 청년 희생 강요" 유도 경기장 서포터즈로 참여했던 같은 학과 학생 17명은 지난달 30일까지 임금을 받지 못했다가 학과 대표, 알바노조 등이 문제를 제기한 직후인 지난달 31일 임금을 지급받았다.

자원봉사자 D씨는 서포터즈로 일할 당시 직무와 근무지가 임의로 바뀌어 혼란을 겪어야 했다. 홍보의전팀에 속해 김포공항에서 일한 D씨는 당초 자원봉사 지역으로 광주를 지원했으나, 아무런 설명 없이 김포공항에 배치됐고, 대회 초반 상당 기간 동안에는 인천공항으로 지원을 나갔다. D씨는 "관리자로부터 24시간 대기하란 말을 수도 없이 들었고, 심지어 의전 대상이 아닌 관리자가 마실 물을 가져오라고 해 거부했더니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타박을 줬다"며 "아무리 자원봉사라지만 하루 교통비, 식비 명목으로 나오는 1만7000원으론 매일 적자를 면치 못했다"고 설명했다.

황법량 알바노조 전남대분회장은 6일 기자와 만나 "광주광역시는 업적쌓기용, 보여주기식 '청년 축제 U대회'를 위해 청년들에게 희생을 강요했다"며 "비정규인력, 서포터즈, 자원봉사 등의 형태로 청년들을 착취해 대회를 운영한 광주시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은 6일 "청년 도시를 표방하는 광주에서 자원봉사자와 서포터즈에 대한 실비 미지급 논란이 발생한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며 "해당 부서와 광주U대회 조직위는 조속히 미지급 경위를 파악해 단 한사람도 빠짐없이 즉각 지급될 수 있도록 하라"고 조치했다.

한편 알바노조 전남대분회, 청년좌파 광주지부(준), 노동당 광주광역시당, 광주 청년녹색당(준), 정의당 광주광역시당 청년학생준위원회(준), 학벌없는사회 광주시민모임 등은 7일 오전 광주시의회에서 청년노동 착취한 광주U대회를 비판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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