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27만 동문과 광주·전남의 시·도민, 교직원 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

  1952년 6월 9일, 전쟁의 참화 속에서 문을 연 전남대학교에 주어진 사명은 ‘희망’이었습니다. “교육을 통해 나라를 살리고, 인재를 키워 미래를 개척하자”는 지역민의 간절한 바람이 개교의 원천이었습니다.

  전남대학교는 온갖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그 소임을 충실히 수행하였습니다. 미래를 창조하는 지식공동체로서 국가와 지역발전을 선도하였습니다.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양심을 지키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희망을 창출했습니다. 힘든 세월을 견디면서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은 전대인의 자존감을 지켜냈습니다. 대한민국 민주화의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우리는 오늘 이처럼 찬란했던 전남대학교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미래의 영광을 다짐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선배들이 이룩해놓은 자랑스러운 성과와 그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고 더 큰 내일을 창조하기 위해서입니다.

  풍요롭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고 민주주의의 주춧돌을 놓았던 전남대학교의 역사는 이제 미래로 도약하는 디딤돌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에게 요구되는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탐색하고,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가야 할 길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것이 개교 63주년을 맞은 전남대학교가 감당해야 할 이 시대의 소명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전남대학교 가족 여러분!

  우리 사회는 지금 수많은 갈등과 분열로 갈라져 있습니다.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소득불균형과 양극화에 따른 계층 간 갈등, 진보와 보수의 이념갈등, 그리고 세대갈등과 노사갈등이 사회 통합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망국적인 지역갈등도 아직 남아 있습니다. 사회 갈등의 수준이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라는 조사결과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입니다.

  분열과 갈등을 조절하고 해소할 사회적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내가 아닌 타인에 대한 배려나 양보, 합리적 타협의 정신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사회발전의 원동력인 공동체 정신이 실종 되었습니다.

  대학의 역할에 대해 다시 성찰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사회가 직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가장 큰 힘은 교육이며, 그 책임은 대학에 있기 때문입니다. 지성은 여러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그 가치를 발휘합니다. 대학의 지성은 혼돈과 어둠 속에서 희망의 빛을 밝혀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사명을 다 하기 위해 전남대학교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우리사회를 병들게 하는 갈등의 실상과 원인을 진단하고, 필요한 역할을 찾아 내 실천해야 합니다.

  올해는 분단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대한민국을 분열시키는 모든 갈등의 근저에는 국토의 분단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분단의 상징인 휴전선은 남과 북의 왕래를 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민족과 국가의 융성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남북분단을 이대로 둔 채 역사 발전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분단의 장벽을 무너뜨려야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고, 국가발전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5·18민주화운동을 둘러싼 논란에서 보듯이 분단 상황이 지속되는 한 우리사회의 이념대립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민주주의도 불가능합니다.

  저는 전남대학교가 우리 사회에 내재하는 모든 분열과 갈등의 축인 분단 해소와 통일을 위한 역사적 장정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학술적·인적 인프라를 동원한다면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통일을 위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학술 및 인적 교류를 통해 구축된 신뢰는 남북관계의 개선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자주 만나면 서로가 바뀌고, 바뀌면 통일에 다가갈 것입니다. 그 길에 전남대학교가 앞장 서야 합니다. 20세기에 민주화의 중심이었던 전남대학교가 21세기에는 통일을 준비하고 실천한 대학으로 기록될 수 있도록 작은 일이라도 시작할 것을 제안합니다.

  사랑하는 전남대학교 가족 여러분!

  63년 전 오늘, 지역민들이 제시했던 ‘교육구국(敎育救國), 백년수인(百年樹人)’의 꿈은 아직도 우리가 추구해야 할 소중한 가치입니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 선배들이 흘렸던 땀과 눈물은 더 큰 꿈을 가꾸는 데 필요한 자양분입니다. 우리 모두 그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민족의 하나 됨을 위해 의지를 다집시다. 우리 모두 소명의식을 갖고 분단 극복과 통일을 위한 지혜를 모아 나갑시다.

  자리를 함께 해 주신 노동일 회장님을 비롯한 동문과 내외 귀빈여러분, 감사합니다.

  아울러 ‘용봉인 영예대상’을 수상하신 남상옥 동문님, ‘자랑스런 전남대인상’을 받으신 정재룡 국회 수석전문위원님과 김희준 광주지방검찰청 차장검사님, 그리고 용봉학술상을 수상하신 이윤성 교수님과 야수유키 아라카네(Yasuyuki Arakane) 교수님께 우리 모두의 마음을 한데 담아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대학발전을 위해 헌신봉사하신 공로로 표창을 받으신 여러 교수님들과 직원 선생님들께도 축하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2015년 6월 8일
전남대학교 총장 지병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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