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돌아왔네요. 5·18 민중항쟁의 기억이 잊히지 않는 달. 광주에서는 특히나 뜻 깊은 달이죠. 그런데 궁금하지 않나요. 다른 지역 학생들은 5·18 민중항쟁(5·18)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박진원 경북대 부총학생회장(생물교육·10), 부산대 교류학생 오진식 씨(농업경제·15), 윤혜경 씨(철학·12)의 이야기를 듣고 재구성 해보았습니다.

5·18, 어떻게 보냈니?
오 : 벌써 5월이 반이나 갔네. 너희들 이번 5·18은 어떻게 보냈니?

박 : 나는 16, 17일 이틀 동안 광주에 가서 행사를 진행했어. 망월동 5·18 묘역 순례도 하고 다른 지역 대학생들과 이야기도 나눴지. 5·18을 단순하게 지식으로만 알고 있다가 직접 광주에 와서 몸으로 느끼니까 색다르더라.

윤 : 나는 5·18 문화제에 참여했어.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5·18 민중항쟁을 기념해야 할지 고민해봤지. 요즘 5·18 민중항쟁에 관련해서 축제가 열리고 있는데 나는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어. 생각해보면 학살의 현장을 축제로 만드는 거잖아.

오 :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게 할 효과적인 방법이긴 하니까. 물론 단순히 축제로 한 번 하고 끝낼 게 아니라 정신을 계승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도록 해야겠지. 사실 5월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말은 하지만 진심이 없는 것 같아. ‘식목일에는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것처럼 막연한 의무감 같다고 할까?

윤 : 맞아. 정말 의미가 있는 행사는 얼마나 될지 의문이야. 근데 형식적인 것조차 없는 곳이 많다고 들었어.
박 : 대구가 그런 것 같아. 광주에서 5월은 정말 특별한 한 달이고 도시가 그 분위기에 젖어들잖아. 대구에서 5·18은 그냥 17일 다음날, 19일 전날이야. 지나가는 하루인 거지.

오 : 부산도 크게 다르진 않아. 광주에 와서 현수막이 붙어있고 행사도 하는 걸 보고 많이 다르다고 느꼈어. 5·18 민중항쟁을 4·19 혁명, 부마항쟁과 같은 여러 사건들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었거든. 4·19 혁명 때문에 기념관을 가거나 하진 않잖아? 근데 18일이 되니까 친구들이 알아서 기념관도 가고 행사도 기획하더라. 이목이 집중돼있다는 걸 확실히 느끼게 됐지.

끊임없는 왜곡 어떻게 해야 할까?
박 : 우리는 주변에 5·18 민중항쟁을 왜곡하려는 사람들이 많아. 경북대 북문에서는 지금도 어른들이 5·18 민중항쟁이 북한 간첩들의 소행이라는 유인물을 돌리고 있어. 또 최근에는 친구가 5·18 민중항쟁을 두고 폭동이라고 해서 말다툼을 벌인 적도 있어. 진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윤 : 나는 그런 경우를 거의 못 봤는데 심각하네. 그런데 사실 5·18 민중항쟁에 대해서 제대로 배우지는 않는 것 같아.

오 : 그런 것 같아. 나도 역사 속의 한 사건으로만 배우고 나머지 부분은 인터넷에서 글을 읽거나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됐거든. 기념관이 있다는 것도 광주에 와서 알았고.

윤 : 나도 중학교 때는 그저 근현대사의 한 단락으로만 배웠어. 고등학교 때는 아예 근현대사를 선택하지 않았고. 대안학교를 가서 따로 5·18 민중항쟁에 대한 수업을 듣고 전야제 같은 행사에 참여했던 게 큰 도움이 된 것 같아. 근데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배우는 건 좀 위험한 것 같아. 왜곡되고 잘못된 정보들도 많으니까 말야.

박 : 맞아. 안타깝고 화나는 일이지. 35년밖에 지나지 않은 일인데 어떻게 그렇게 쉽게 왜곡하고 매도할 수 있지?

윤 : 자꾸 폭동, 폭동 하는데 어떻게 최초 피해자가 청각장애인일수가 있어. 말이 안 되지. 애초에 정부의 잘못으로 일어난 일이기도 하고. 시민군이 무장을 한 걸 뭐라 하는 것도 그래. 군인이 자국민을 상대로 총을 들었는데 무방비하게 죽임을 당하는 게 답은 아니잖아?

오 : 심지어는 설득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어. 강경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혐오 발언은 법적인 처벌을 해서라도 막아야지.

윤 : 언어를 선택하고 사용하는 것이 그 사람의 생각과 가치관을 대변한다고. 장난으로라도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아. 나치 관련 언어 사용에는 벌금을 물리기도 하잖아.

박 : 역사적 검증이 끝난 사실을 왜곡하고 매도해서는 안 되는데 좀 부끄러운 줄 알았으면 좋겠어, 시간도 35년 밖에 지나지 않았잖아? 사실 이런 부분은 정부가 나서서 막아야 하는데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해.

윤: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5·18 민중항쟁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보여주는 것 같아. 5·18 민중항쟁뿐만이 아니라 모든 민주화 운동으로까지 확장시켜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 또한 아직 제대로 진상규명이 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5월 정신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
박 : 정확한 진실을 알고 그것을 기억하는 것이 앞으로의 사회를 만들어가는 기초이자 기본이 되지. 우리가 기억을 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5·18 민중항쟁은 잘못된 국가권력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참사이자 이에 항거해 주권을 지키는 민중의 힘을 보여준 우리의 자랑스럽고 당당한 역사야.

윤 : 또 5·18 민중항쟁은 무엇이, 왜 잘못되었는지 그 모든 이유를 가지고 싸웠다는 것에 의미가 있어. 평범하게 살아가던 시민과 학생들이 ‘이건 아니다’며 직접 권력에 맞서 싸운 거지. 정치에 무관심하고 당장 자기 앞의 일이 아니라고 여러 사회문제에 무관심한 학생들이 본받아야 할 지점이야.

박 : 계엄군과의 불안한 대치 속에서도 상점 하나 털지 않고 서로를 의지하고 도왔던 그들의 연대 의식도 본받을 만하다고 생각해. 예전에 밀양 송전탑 문제가 붉어졌을 때 밀양을 간다 하면 송전탑을 반대하러 가는 것처럼 생각하더라. 문제를 그 지역에 한정해서 생각하는 거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5·18 광주민중항쟁이 아니라 5·18 민중항쟁이야. 모두의 문제라고. 평소에도 기념관 등을 들르면서 5월 정신을 잊지 않고 계승했으면 해.

윤 : 그래. 국가폭력에 맞서는 것은 당연한 시민으로서의 의무야.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겪었을 지라도.
 

▲ 경북대 박진원(생물교육·10)
▲ 부산대 오진식(농업경제·15)
▲ 전남대 윤혜경(철학·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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