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5.18민주화운동이 35주년을 맞았다. 우리 대학에서 5.18의 의미는 각별하다. 그것은 1980년 5.18이 우리 대학에서 시작되었을 뿐 아니라, 당시의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던 윤상원, 박관현 열사 등이 우리 대학의 자랑스런 선배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렇지만 5.18민주화운동은 우리 전체 한국 현대사에서 더욱 크고 중요한 위상을 갖는다. 오늘날, 역사가 쉽게 망각되고 왜곡되는 현실에서 우리는 5.18을 어떻게, 그리고 왜 기억하고 기념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18년간 독재 통치를 이어왔던 박정희의 죽음으로 인해 오랜 염원이었던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그 싹을 틔우고자 할 무렵, 1980년 무장된 군부 세력인 하나회를 등에 업고 전두환이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탈취했다. 그렇지만 불붙기 시작한 민주화에 대한 열망은 쉽게 꺼지지 않았고, 특히 광주는 그러한 열망을 1980년 5월 학생, 교수와 시민이 함께 한 ‘민족민주화성회’라는 집회를 통해 보여주었다.

  전두환 군부정권은 이러한 광주의 움직임을 총칼로 억압하고자 했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의 10일이 바로 5.18민주화운동이다. 우리는 이 기간 동안 진행된 역사적 사건의 전개를 대체로 이미 알고 있다.

  그것은 공수부대의 투입, 학생과 시민들의 저항, 군의 발포, 시민군의 무력 항쟁, 그리고 해방 광주, 계엄군의 재진입, 무력 항쟁의 중심지였던 도청 함락, 그리고 항쟁의 종료로 이어지는 이야기다. 또 우리는 이 민주화운동 기간 동안의 영웅적인 투쟁과 희생자들, 공수부대의 잔혹한 학살,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는 실종과 함께, 해방 광주 기간 동안 절대적 공동체를 구성했던 광주 시민의 위대함에 대한 이야기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5.18을 이야기하고 또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며, 그래야 할 중대한 이유와 의미가 있다. 역사란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다. 역사란 의미있는 과거의 사건이며, 그 의미는 언제나 현재적으로 구성된다. 그래서 우리가 5.18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한, 5.18의 의미는 항상 현재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5.18은 어떤 현재에 속해 있는가?

  5.18은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데 있어 가장 결정적인 전환점이자 그 추진력이 되었다. 비록 당시의 10일간 투쟁은 계엄군의 무력진압으로 인해 패배한 것으로 보였지만, 이후 이것은 사회 전영역에서의 민주화 운동을 촉발하는 기폭제가 되었고, 그 결과 1987년 민주화 대투쟁과 이로 인한 민주화의 결정적 진전을 가져올 수 있었다.

  또한 1995년 ‘5.18민주화운동 등에 대한 특별법’의 제정을 통해 광주 학살의 주범이었던 전두환과 노태우를 처벌할 수 있었다. 세계의 역사는 민주주의의 정착과 진전에 많은 시민적 희생이 요구되었음을 보여준다. 광주의 5.18은 이러한 역사적이면서도 자랑스러운 희생이었던 것이다.

  또한 이러한 희생에 기초한 5.18의 기억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지고 민주화를 거스르는 세력이 출현할 때마다 경종을 울리면서 그것을 저지하는 원초적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가 5.18의 기억과 정신을 공유하고 계승하는 한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의 가치는 보다 잘 옹호될 것이다. 

   나아가 5.18은 우리 사회의 미래 방향에 대한 전망을 제공해주었다. 항쟁 기간 동안 5.18광주가 보여준 것은, 인간애와 상호부조에 기초한 인륜적 공동체의 가능성이었다. 인간은 무한경쟁과 이기심으로 인해 자기파괴로만 귀결되는 존재는 아니라는 것을, 인간은 동시에 상호 형성적이고 이타적일 수 있음을 해방 광주는 보여주었다. 이 절대적 공동체의 경험과 정신은 앞으로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로서 충분한 의미가 있다. 

   물론 5.18의 현재적 의미를 부정하려는 시도들도 있다. 일부 세력에 의한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 정부의 보수적 역사 인식, 5.18과 결합된 지역차별 등 5.18의 현재적 의미를 둘러싼 각축도 치열하다. 그래서 5.18의 의미는 적극적으로,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구성되어야 한다. 또 그렇기 때문에 5.18은 과거가 아니라 살아있는 현재로서 기억되고 기념되어야 한다. 결국 5.18을 끊임없이 현재적인 것으로 만드는 올바른 노력, 그것이 바로 5.18의 현재적 의미를 구성해 낼 것이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