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히 봐 놓고 답장은 안 해, 얼마나 바쁘시길래.

이번 신문 곳곳엔 답을 얻지 못한 학생들의 물음으로 가득하다. ‘단과대에 아무 때나 들어갈 수 없나요?’, ‘글로벌커뮤니케이션잉글리쉬(모의토익) 선택제로 바꾸면 안되나요?’, ‘기숙사 통금시간에는 어디서 담배를 피워야할까요?’

이번에 갑자기 등장한 물음이 아니다. 그들이 이미 뻔히 봤지만 답장을 해주지 않는 물음이다. 눈치를 살피며 ‘논의해 보겠다’는 대답과 함께 시간만 끌뿐. 본부, 단과대 행정실, 기숙사와의 밀당(밀고 당기기)는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땐 꼭 ‘을(乙)의 연애’를 하는 기분이 든다. 자기가 갑인 줄 아는 상대는 나를 통제하려 들지만 통제는 답이 아니다. 통제의 이유는 ‘안전’과 ‘취업’이다. ‘위험하니까 하지 말아라’, ‘취업하려면 어차피 영어는 해야 하니까’라고 말하는 마음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지금 학교의 대응방식이나 정책을 보면 학생을 통제의 대상으로 여기는 듯이 느껴진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단순히 ‘해라, 하지마라’가 아닌 안전과 취업을 위한 고민이 고스란히 담긴 정책이다. 학생은 통제 대상이 아니고 을도 아니다.

아이유의 노래 ‘을의 연애’는 끝이 보이지 않는 눈치게임을 참지 못하고 ‘그래 내가 졌어. 에라이 비겁한 남자야’라며 남자를 차버리는 것으로 끝난다. 우리의 이야기는 이대로 끝낼 수 없다. 학생들은 열릴 때까지 두드릴 것이다. <전대신문>도 이 문제들이 해결될 때까지 식히지 않고 보도할 것이다. 그러니 봤으면 답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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