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를 위해 청계광장을 찾은 지난 3일.

광화문 맞은편에서 소위 서북청년단이라 불리는 한 남자를 만났다. 그는 ‘세월호 유가족들은 거짓 선동을 당장 중단하라’는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공교롭게도 제주의 비극이 시작된 4월 3일이었다. 그 옆을 지나가며 나도 모르게 조용히 욕을 읊조렸다. 역사에 죄를 지은 그들이 또 다른 죄를 짓고 있었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무력감에 마음이 저릿해졌다.

맞은편엔 걸레쪼가리가 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에 더 만신창이가 된 유가족들이 있었다. 자식을 잃은 그 날 이후 줄곧 길 위에 있던 사람들이다. 지금은 온갖 음해와 모욕을 받으며 꿋꿋이 버티고 있기도 하다. 그들이 또 한 번 거리로 나왔다. 다시 거리에 선 유가족들의 마음은 어떨까.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잔인한 봄이다 정말.

봄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잠깐만이라도 고개를 돌려보자. 식상한 말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불의는 참으면서 불이익은 못참는다’는 어느 광고 문구가 떠올랐다. 언젠가는 우리가 눈감고 넘어간 불의가 분명 불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다. 모든 일은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바래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분명히 잊혀서는 안되는 일이 있다.

이를 위해 대학생이, 대학신문이, <전대신문>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 지난해 기획연재를 진행했고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돌아온 지금. 잔인한 봄을 보낼 새로운 고민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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