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거리로 나왔다. 세월호 참사로 숨진 고 이승현(단원고)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와 누나 이아름 씨가 지난 2월 23일 삼보일배를 시작했다. 진도 팽목항부터 서울 광화문까지 총 500km, 6월 중순에 도착 예정이다. 지난 5일 <전대신문>은 그들의 길을 함께했다. 벌써 41일째, 오늘은 광주 효천역 인근에서 대인사거리까지다.

뭍 위를 걷는 세월호
어제부터 내린 비는 오늘도 그치지 않았다. 빗속에서 출발 장소인 효천역으로 향했다. 세월호 유가족의 모습은 1년 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지겹지도 않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견뎌오고 있다. 그들은 여전히 노란 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서 눈물을 흘린다.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일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을 대상으로 약 4억 원의 배상지급을 결정했다. 이에 유가족들은 “진상규명 없는 배상은 필요 없다”며 거부했다. 해양수산부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은 독립성과 중립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씨 부녀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삼보일배를 시작했다.

 삼보일배 행렬 선두에 선 모형 세월호에는 시민들의 응원과 진실규명을 향한 목소리가 적혀있다. 삼보일배에 참여한 이들에겐 ‘반면교사’라고 쓰인 몸자보가 걸려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는 뜻이다.

비가 온 탓에 날씨는 쌀쌀했다. 끝없이 걷는 탓에 몸은 땀으로 젖었고 바람이 불면 몸 안은 싸늘하게 식어갔다. 걸으면서 그들은 고 이승현 군과 국민들에게 절을 했다. 절을 하고 힘들게 몸을 일으켰다. 땀에 젖은 아버지 이 씨에게 삼보일배를 통해 원하는 것이 있냐고 물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내저었다.

 

아픔 같이 나눕시다…함께하는 시민들
광주로 들어서면서 이 씨 부녀와 같이 걷는 시민들이 부쩍 늘었다. 오전 9시부터 함께했던 이윤정 씨(46)는 딸과 주말마다 이 씨 부녀의 삼보일배에 동참하고 있다. 이 씨는 “집에만 있으면 사건의 심각성을 잘 모르니 거리로 나섰다”며 “딸 가진 같은 부모로서 유가족들을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걸음을 같이하는 우리 대학 동문도 만났다. 전남대 민주동우회에서 활동하는 윤영일 씨(39)는 “내 이웃이 슬픔에 잠겼는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냐”며 “대학생들도 작은 행동으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절하고 걷고 반복하기를 꼬박 하루. 어느새 비는 그치고 날도 저물었다. 대인사거리에 도착해서야 일정이 끝이 났다. 동행 내내 인터뷰를 꺼렸던 이 씨 부녀, 헤진 무릎보호대를 풀며 아버지 이 씨는 “바쁜 대학생들이 같이 해줘서 고맙다”며 짧게 답했다. 누나 이 씨 역시 “고생 많았다”고 말했다.

진실을 향한 그들의 여정이 그저 고단함으로 마무리 짓지 않기를 빈다. 그들은 지금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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