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벌어진지 벌써 1년이 다 되어 간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세월호 참사의 유가족들이 경찰에 연행당하고 있다는 소식들이 보도되고 있다. 세월호법 시행령 폐지와 조속한 세월호 선체 인양을 요구하며 해양수상부 장관 면담을 요청했다가 경찰병력과 충돌이 있었다는 모양이다.

이에 대해 당장 검색해서 얻을 수 있는 인터넷 의견들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아직도 세월호냐 지겹다.’ ‘슬픈 감정을 강요하냐’ ‘세월호 사건은 단순한 해상교통 사고다.’ 등의 부정적인 여론들은 세월호 문제가 1년 가까이 진행되면서 해결되는 것이 없자 어느덧 생겨난 이야기들이다. 특히나 ‘세월호는 단순한 해상교통 사고다’라는 주장은 정부가 세월호 참사에 자신들의 책임을 발빼기 위해 내놓은 주장과 정확히 일치한다.

 정부가 최근에 발표한 세월호 시행령에는 세월호 진상조사 특위의 활동을 축소시키는 내용도 있지만 보상에 대한 내용도 있다. 언론들은 정부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껴쓰면서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평균 8억원이 넘는 보상금이 돌아간다며 과거 성수대교 붕괴나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등을 비교해서 거액의 보상금이 받는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국민성금으로 모금된 돈까지 포함한 부풀리기 된 액수이고 정확히는 4억 2천만원 정도이다. 이 액수가 많은 것인지는 20년 전의 일어난 재난사고와 비교할 필요도 없이 같은 해에 일어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와 비교해 보면 간단히 알 수 있는데 당시 보상금은 6억원 가량이다. 두 사고가 동일한 보험금을 받는데도 액수가 차이나는 이유는 위자료에 있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의 위자료 책정에서 교통사고 위자료 산정 최저기준을 적용했던 것이다.
 
 이를 볼 때 정부는 어떻게든 세월호 문제를 교통사고와 같은 문제로 만들고 싶어 한다는 것이 명백해 보인다. 세월호 참사가 진상규명이 되지 않고 교통사고로 받아들여진다면 선박의 도입과 운행, 특히나 구조과정에서의 정부의 잘못은 없었던 일로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참으면 윤일병, 못참으면 임병장이라는 병영부조리와 이에 대처하는 국방부의 모습을 생각해 보라. 사람이 죽는 일에도 일단 사건이 벌어지면 조직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사건축소와 조직의 책임을 발뺌하려는 행동은 대한민국에서 흔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서 책임축소를 일으킨 정부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똑같은 이유로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잊어버린 사람들이다. 오해하지 마시라, 사람들이 행동하지 않는다고 탓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진짜로 걱정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구조되지 못하고 수장되는 걸 보아야 했던 이들은 무기력함을 느꼈을 것이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은 이런 마음의 상처를 붙들어 메줄 자기 자신과의 약속이었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후에 진상규명은커녕 유가족들에게 가해지는 국가폭력은 무기력에 염증을 더했을 것이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잊지 않고서는 삶을 살아 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랬기에 어느덧 시간이 지나자 ‘지겹다’, ‘슬픔을 강요하지 말라’는 반응이 나왔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상처는 치유하기 전에는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마음의 상처도 똑같다. 시간이 지나면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병들어 못쓰게 되는 것이다. 트라우마, PTSD. 무엇이라 불러도 상관없다. 잊는다는 것은 그저 내가 무너지지 않고 버티기 위한 임시방편일 뿐이다. 하지만 잊을 수도 없고 마주하면 한없이 슬프고 무기력해진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방법은 있다. 마주했을 때 무기력감이 느껴지지 않는 기억으로 바꿔야 한다. 세월호 참사의 경우 슬프고 구하지 못한 이들에게 더없이 미안한 일에서 사건사고만 나면 책임지지 않고 발뺌하려는 대한민국을 바꾼 역사적 계기의 기억으로 만들어야한다. 나는 이것이 유가족들이 믿을 수 없는 국가폭력이 가해져도 굳건히 버틸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잊어버려야 했던 다른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잊는 것으로는 정상이 될 수 없다. 마음의 상처든지, 이 나라가 되었든지. 그렇기에 이제는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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