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안성기’를 알고 있는가? 안성기는 국민배우로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올해만 해도 이미 개봉한 <화장>을 비롯해서, 한미합작 영화인 <라스트 나이츠>에 출연하였고, 현재 개봉예정인 <트로트>, <사냥>을 촬영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 중인 중견배우다.


우리에게 중년배우로 각인된 배우 안성기는 사실 80년대 국내 영화계에 남성배우 중 돋보이는 미청년이었다. 하지만 안성기의 영화인생은 그보다 더욱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안성기는 57년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를 데뷔작하여 당시 대부분의 영화에서 아역을 도맡았다. (데뷔 당시 5세였다.) 이후 같은 감독의 <하녀>를 통해 젊은 엄앵란과 호흡을 맞췄는데, (당시 한국영화로서는 대단한 숫자인) 10만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다.

영화 <하녀>를 통해 아역 안성기와 처녀 엄앵란의 연기, 그리고 한국 스릴러의 고전을 감상해보자. 임상수 감독의 <하녀>(2010)의 원작으로 더 잘 알려진 김기영 감독의 <하녀>는 ‘외부 여성의 침입(가정부)  가부장의 타락 외부여성(가정부)과 내부여성(아내)의 대립  파멸’이라는 구도를 택하고 있다. 특히 ‘가부장의 타락’에서 윤리적 갈등구조가 관객에게 긴장감을 유발한다. 이 구도는 이후 한국 영화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영화적 구도 외에도 영상적인 연출을 통한 공포감도 탁월하다. 영화 <하녀>는 흑백영화임에도(혹은 흑백영화이기 때문에 더욱) 섬뜩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영화 초중반부 하녀(이은심 분)가 유리문 너머로 방안을 들여다보는 시선은 대단한 공포다. (사진 참조) 당시 세트의 부자연스러움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기괴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 작품의 매저키즘 경향은 박찬욱의 <박쥐>, 봉준호 감독의 <마더>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 작품은 2008년 디지털마스터링을 통해 복원되고, 2012년에는 파리에서 <다크 나이트 라이즈>와 스크린을 겨뤘다. (풍문에는 배트맨을 압도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영화적인 부분 이전에 안성기의 아역, 엄앵란의 젊은 시절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는 즐거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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