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꽃이 개화하며 화사한 봄을 재촉하는 2015년 3월 끝 무렵, 정부는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를 열고 출범이 임박한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참여를 전격 결정하였다.

AIIB의 설립은 중국의 새로운 국가 주석이 된 시진핑이 지난 2013년 10월 아시아를 순방하던 중 아시아ㆍ태평양지역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공식 제안하며 구체화되었다. 2014년 10월 아시아 21개국이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상태이고 지난 해 중국으로부터 참여 권유를 받고 고민하던 우리 정부도 결국 참여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비단 아시아 국가들만이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룩셈부르크 등 서방 선진 주요 국가들도 가입을 신청한 상태이며 이제 미국마저도 가입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AIIB는 출범 전부터 세계 경제의 주요한 변수가 되었다. 기왕에 참여를 결정한 이상 AIIB에 대한 몇 가지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시아 개발도상국을 위한 국제 경제기구로는 이미 아시아개발은행이나 세계은행, 그리고 IMF 등이 이미 지난 세기부터 그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이들 기구들은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하여 명실공이 세계 최강대국이 된 미국을 중심으로 달러를 기축통화로 한 브레튼우즈협정 체제의 일환이었음은 주지하는 바이다. 지난 반세기 넘어 이 체제는 공고하였으며 범 사회주의권의 몰락으로 전 세계가 편입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국제질서의 다원화는 시도되었고 미국 발 경제위기 이후 소위 ‘팍스 달라리움(Pax-Dollarium)’도 동요하기 시작하였으며, 개혁ㆍ개방이후 급성장한 중국이 G2의 또 다른 축으로 대두되었다. AIIB설립에 예상되는 자본금 1,000억달러 가운데 중국이 500억달러의 출자를 이미 선언함으로써 AIIB 창립 대주주가 이미 중국이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약 4조억달러라는 세계 최대 외환보유고 국가인 중국은 막대한 경제력을 발판으로 AIIB를 통해 중국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경제질서를 구상하고 있음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을 견제하려는 서방 선진국과 미국은 중국의 AIIB 제안에 처음에는 회의적이었으나 불과 1년여 만에 적극적 참여의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거대한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규모와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약 50여 개 국에 인구 40억에 육박하는 아시아는 실로 세계 최대 시장이다. 자원과 노동력이 풍부하며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개발도상국들이 많아 향후 건설, 교통, 통신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와 고용 창출이 무한한 지역이다.

중국이 표방하는 유라시아 ‘신실크로드’의 개발이란 아젠다는 결코 과장만은 아니며 그 개발의 주도권을 중국은 선점하려 하고 있다. 여전히 공고한 군사동맹 국가인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중국이 주도하는 AIIB 참여 결정이 신중할 수밖에 없었지만, 창립회원국으로 참여하여 AIIB의 더 높은 지분을 확보하려는 유럽 각 국의 적극적 움직임으로 볼 때 경제적인 면에서 향후 우리 산업 전반에 걸쳐 기대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고려하여 실리적이며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대항해시대 이후 잊혀졌던 유라시아 대륙 중심이 21세기를 맞아 다시금 기회의 땅이자 국제질서의 새로운 헤게모니를 둘러싼 각축의 장이 되고 있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