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가 김현국입니다.”

김 씨는 스스로를 ‘탐험가’로 소개했다. 그는 현재 우리 대학 산학협력단에 위치한 탐험 전문 회사인 ‘당신의 탐험’을 운영 중이다. 1996년 대학 졸업식 날 러시아로 떠나 오토바이로 유라시아를 횡단한 이후 꼭 18년 만인 지난해 유라시아를 다시 횡단했다. 지난 20일 카페 ‘음악에’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왜 또 유라시아로 떠났나.
이번 여행의 주제는 ‘AH6 트랜스 시베리아’로 한반도에서 출발하여 유라시아 횡단도로를 따라 유럽에 이르는 육상물류운송의 경쟁력을 실험해 본다는 내용이었다. 부산에서 암스테르담까지 오토바이로 갔다가 다시 육로를 통해 한국까지 돌아오는 코스였다.

우리나라에서 유럽까지 연결된 두 개의 도로가 있다. ‘Asian Highway’ 1번, 6번 도로다. 6번 도로는 부산에서 시작해 동해를 거쳐 원산-나진-선봉-블라디보스토크로 연결된 도로다. 이 도로로 탐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996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오토바이로 횡단한 후 18년 만에 다시 도전한 것이다. 작년 6,7부터 11.3까지 5개월에 걸쳐 유라시아대륙을 왕복했다.

 

왜 오토바이를 선택했나.
 95년 시베리아 배낭여행이후 러시아에 빠져 관련 자료들을 찾다가 접하게 된 체홉의 책「사할린섬」에서 체홉이 세필의 말이 모는 우편배달마차(트로이카)를 타고 자신의 조국을 횡단한 이야기가 나온다. 시베리아를 횡단하면서 시베리아의 그 광활함과 거대한 숲 타이가지대의 정적 등에 대해 표현한 것을 보고 러시아 대륙을 직접 횡단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과 비견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찾아보다가 오토바이로 정했다. 1996년 여행의 아쉬움도 오토바이를 선택한 원인중 하나였다. 러시아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던 시절 오토바이로 횡단하든 첫 여행에서 만난 수많은 벽들을 이제는 더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광활한 대륙을 달릴 때 기분은 어땠나.
처음엔 정말 좋았다. 끝없는 바다를 보고 마음이 탁 트이는 느낌이다. 그러나 막상 길에 들어서 달리기 시작하면 달라진다. 인간이 눈으로 볼 수 있는 평지 최대 시야가 10km정도라고 한다. 눈앞에 펼쳐진 대륙을 보며 ‘저 끝까지 한번 달려보자’하고 그 끝에 가면 또 ‘저 끝까지 한번 가보자’를 수없이 반복했다. 그렇게 그는 2만5,000km를 달렸다.

끝없는 길을 보니, 세계에서 가장 좋은 모터바이크를 탔음에도 ‘이 길 안에 갇히는 것은 아닌가’하는 두려움이 여행 내내 계속됐다.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기도를 많이 했다.

위험한 순간은 없었나.
‘사망도로’라고 알려진 러시아의 도로가 위험했다. 포장이 잘된 길을 마구 달리다 갑자기 움푹 파진 구멍을 만나거나 몹시 거친 비포장도로를 만날 때면 순간적으로 드는 아찔함이 등줄기를 타고 머리끝까지 느껴졌다. 짐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었다.

짐까지 합하면 오토바이 무게는 240kg. 산더미 같은 짐으로 인해 갑자기 만나는 비포장도로나 도로 위의 구멍 ‘포트홀’을 만나면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비포장도로에서 균형을 잃어버리고 미끄러지거나 도로 위의 구멍을 지나다가 바이크 무게로 펑크가 나버리면 큰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사고’는 큰 부상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여행의 포기’를 의미했기에 항상 긴장하며 달렸다.
 
 자 떠난 여행이었지만 많은 사람을 만났을 것 같다.
세계의 젊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도전정신이 강한 친구들도 많았다. 우리는 여행하면 ‘비행기’인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같은 배를 탔던 덴마크 청년은 배와 기차로 일본에서 덴마크 코펜하겐까지 가는 여정 중이었다.

어떤 호주 청년은 소비에트 스탈린시절에 강제 수용소로 끌려간 사람들이 야크츠크에서 마가단까지 길을 놓다 많은 사람이 죽어서 뼈로 길을 놨는데 그 길을 오토바이로 가겠다고 했다. 호주와 전혀 관계없는 곳이기도 하고 어려운 길이었다. 무모해 보이지만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젊은 친구들을 보니 ‘여행은 그 나라의 힘’이라는 것을 느꼈다. 말하지 않아도 제대로 된 여행자라는 것이 느껴졌다. 여행지의 겉만 훑는 것이 아니라 샅샅이 뒤진다. ‘여행이 그 나라의 힘’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행은 무엇인가?
여행은 새로움에 도전하는 것이다. 일단 익숙한 곳으로부터 떨어지게 되면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어디서 잘까, 뭘 먹을까 하는 고민에서부터 자기를 봐야 한다. 이 작업이 성인이 되는 작업이다. 청춘에게 가장 큰 숙제이기도 하다.

왜 학생들이 여행을 해야 하나?
여행 중 만난 외국 여행자들은 ‘나는 어느 대학에 다닌다’, ‘몇 개국을 여행했다’ 같은 스펙으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대신 ‘어떤 내용의 여행이냐’에 관심을 두었다. 여행을 통해 나를 바라보는 작업, 나를 둘러싼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에 대한 관심이었다. 

그런데 돌아와서 보니 후배들은 자기 자신을 알아갈 시간도 없이 공무원, 대기업으로 가는 길을 벌써부터 선택해 정해진 길을 가려고 했다. 그 모습이 정말 안타까웠다.

청춘은 떠나야한다. 떠나서 만나는 새로움은 청춘을 진짜 어른이 되게 할 것이다. 내가 익숙했던 곳, 학연, 지연, 혈연으로부터 벗어나 나를 쳐다보는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은 이를 실천할 가장 적절한 시기다.

지금 세상은 국경이 다 열렸고 내 손 안에 지구가 거미줄처럼 들어와 있다. 그런데 그걸 알지 못하면 쓸 수가 없다. 직접 다녀와서 이야기하는 것과 책에서 보고 이야기 하는 것은 다르다.

이후 계획이 있다면.
올 상반기에 여행 중 찍은 사진 전시회를 할 계획이다. 장소는 국회의사당이다. 나의 탐험 이야기를 다룬 책도7월 전에 출간된다.

다음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트레일러로 유라시아 대륙을 달린다’라는 프로젝트를 기획중이다. 이번에 보니 18년 사이 너무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그 변화를 나 혼자만의 경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절실하다.

우리는 수출국가다. 그런 의미에서 트랙터에 컨테이너를 싣고 떠날 것이다. 러시아 횡단도로 완공 이후 전 세계인들이 유라시아로 몰려들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이 가면 재밌는 볼거리가 많을 것이다. 이 재밌는 것을 꼭 같이 봤으면 좋겠다.

기획안을 현실화 시키는 작업을 후배들과 함께 하고 싶다. 각자의 전공을 현실에 접목시키는 방식으로 진행한다면 즐거운 과정이 될 것이다. 후배들과 함께하는 것을 현실화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내년 5~6월 중으로 다시 그곳으로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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