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에서 거대 경제 혁명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과 결합할 때 발생한다. 새롭게 결합된 “커뮤니케이션/에너지 모체”가 필연적으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수반한다는 뜻이다.

봉건 경제에서 시장 경제로의 변혁을 인도하고 유럽의 경제 패러다임과 사회적 구조를 완전히 바꿔놓은 것은 바로 중세 후기에 발생한, 인쇄 혁명과 수력 및 풍력의 결합이었다. 이후 여기에 증기력이 가세하면서 형성된 커뮤니케이션/에너지 모체가 19세기 1차 산업혁명을 주도했고, 20세기에는 전기 커뮤니케이션이 석유 동력의 내연기관과 조우해 2차 산업혁명을 일으켰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오늘날 우리가 다시 한 번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에너지 체계가 수렴하는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고 본다. 인터넷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재생가능 에너지의 결합이 3차 산업혁명을 일으키고 있다는 얘기다. 화석연료가 주도하는 산업혁명은 이미 1980~90년대에 정점에 이르렀다. 급증하는 유가와 더불어 인류가 야기하는 기후 변화가 걷잡을 수 없는 지구적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는 증거가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인류를 탄소후(post-carbon, 탈탄소) 시대로 안내해 지속가능한 생존의 기반을 닦아줄 3차 산업혁명은 어떻게 전개해야 마땅한가. 그 다섯 가지 핵심요소는 다음과 같다.

1) 재생가능 에너지로 전환한다.
2) 모든 대륙의 건물들을 현장에서 재생가능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미니 발전소로 변형한다.
3) 모든 건물과 인프라스트럭처 전체에 수소저장 기술 및 여타의 저장 기술을 보급하여 간헐적으로 생성되는 에너지를 보존케 한다.
4) 인터넷 기술을 활용하여 모든 대륙의 동력 그리드를 인터넷과 동일한 원리로 작동하는 에너지 공유 인터그리드로 전환한다(수백만 개의 빌딩이 소량의 에너지를 생성하게 되면 잉여 에너지는 그리드로 되팔아 대륙 내 이웃들이 사용하게 할 수 있다).
5) 교통수단을 전원연결 및 연료전지 차량으로 교체하고 대륙별 쌍방향 스마트 동력 그리드 상에서 전기를 사고팔 수 있게 한다.

현재 이를 원활하게 완성하기 위한 토대가 구축되고 있다. 이음새 없는 21세기 지능형 인프라를 토대로 커뮤니케이션 인터넷과 초기 에너지 인터넷, 물류 인터넷을 결합하는 사물인터넷(The Internet of Things, IoT)이 바로 그것이다. 앞으로 수억 명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가정과 직장, 공장에서 직접 녹색 에너지를 생산하여 지능적인 분산형 전력 네트워크, 즉 인터그리드를 통해 서로 공유하게 될 것이다.

오늘날 사람들이 인터넷 상에서 나름의 정보를 창출해 서로 공유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말이다. 이에 따라 현재 광범위한 사업 분야(청정 에너지, 친환경 건설, 텔레콤, 미니 발전, 분산형 그리드 IT, 전기 및 연료전지 자동차, 지속가능 화학, 나노기술, 제로탄소 물류, 공급망 관리 등)에서 새로운 기술과 제품, 서비스들이 줄줄이 개발되는 중이다.

위대한 산업혁명들의 마지막을장식하게 될 3차 산업혁명은 부상하는 협력의 시대를 위한 기초적 인프라스트럭처를 마련해줄 것이다. 40년에 걸쳐 구축될 3차 산업혁명 인프라스트럭처는 수십만 개의 사업체와 수억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이번 산업혁명의 완성은 근면한 사고와 사업 시장, 대규모 노동력을 특징으로 200년에 걸쳐 회자된 영리주의 전설의 종결을 알릴 것이다. 동시에 협력적 행동방식과 소셜 네트워크, 창의적 전문가 및 기술 인력을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리기도 할 것이다.

다가오는 반세기에는 1차 및 2차 산업혁명의 전통적인 중앙집권화 경영활동들이 3차 산업혁명의 분산 사업관행들로 점차 대체될 것이다. 또한 경제 및 정치 권력에서 볼 수 있는 전통적인 계급조직이 사라지고 사회 전반에 걸쳐 교점 중심으로 조직되는 수평적 권력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

3차 산업혁명의 부상에 따른 이러한 변화 양상과 더불어 주목할 사항은 2차 산업혁명의 지주 역할을 해온 자본주의 시스템의 쇠퇴이다. 벌써 그것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는 “협력적 공유사회(Collaborative Commons)”라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이 세계무대에 등장하고 있다.

이것은 19세기 초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출현 이후 처음으로 세상에 뿌리를 내리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다. 협력적 공유사회는 현재 우리가 경제생활을 조직하는 방식에 변혁을 가하며 소득 격차의 극적인 축소 가능성을 제시하고 글로벌 경제의 민주화를 촉진하는 한편 환경적으로 보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창출하고 있다.

이미 우리는 자본주의 시장과 협력적 공유사회가 뒤섞인 하이브리드 경제의 출현을 목도하고 있다. 이 두 경제 시스템은 종종 제휴 관계를 맺지만 때로 경쟁하기도 한다. 이 두 경제 패러다임 사이의 투쟁은 빠른 시일 내에 쉽사리 승부가 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초기 단계에서조차 갈수록 분명해지는 것은 지난 3백여 년 동안 인간 본성에 대한 설득력 높은 설명과 함께 일상적인 상거래와 사회생활 및 정치활동에 대단히 중요한 구조적 체계를 제공했던 자본주의 시스템이 이미 정점을 지나 서서히 쇠퇴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자본주의는 앞으로 먼 미래의 어느 시점까지 사회 구조의 일부로 남겠지만 21세기 후반에도 지배적인 경제 패러다임으로 군림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리프킨의 확신이다.

새로운 경제 시스템으로의 대전환을 알리는 지표가 여전히 약하고 대체로 일화적이긴 하지만 협력적 공유사회의 부상 추세는 점점 뚜렷해지고 있으며, 따라서 2050년 무렵이면 세계 대부분의 경제생활에서 주된 결정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갈수록 노련미를 넓히고 능률을 높여가며 주로 네트워크 서비스와 솔루션의 통합 관리자로서 취약한 부분을 공략하는 등 새로운 경제 시대의 강력한 파트너로서 계속 나름의 번성 방안을 찾겠지만, 결코 더 이상 지배적 지위는 누리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부분적으로 시장을 초월하는 세상에 진입하여 갈수록 상호의존성이 높아지는 글로벌 공유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이렇게 3차 산업혁명은 사회에 대변혁을 야기하며 우리가 21세기 중반에 다다르기 전에 비극적인 기후변화를 피할 수 있으며 지속가능한 탄소후 시대에 도달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다. 우리는 그러한 희망을 현실화할 수 있는 과학과 기술, 전략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결국 남은 문제는 우리가 너무 늦기 전에 저 앞에 놓인 경제적 가능성들을 인식하고 그곳에 도달하려는 의지를 제대로 끌어 모아 실행에 옮길 수 있느냐 여부일 뿐이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