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반복되는 8시간 청소노동…“인사 한마디가 큰 힘”

내일은 조금 더 나을 거라고 나 역시 자신 있게 말해줄 순 없어도 우리가 함께 하는 오늘이 또 모이면 언젠가는 넘어설 수 있을까 - 김동률의 동행

우리가 걷는 곳곳에는 누군가의 손길이 스며져 있습니다. 아침에 타고 온 버스, 열심히 수업을 듣던 교실 안 그리고 화장실까지.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참 따뜻한 말인 동행, <전대신문>이 기획 ‘하루’를 통해 그들과 발을 맞춰 걸어봤습니다.

첫 번째 시작은 우리 대학 구석구석을 청소하는 여수캠퍼스 비정규직 환경미화원 천순심 씨(43)입니다. 여러분 알고 계셨나요? 그들의 하루가 있기에 우리의 하루도 행복한 것임을.

청소 전쟁의 서막
청소의 시작은 제1공학관 5층 화장실 앞이었다. 누군가 먹다버린 닭강정, 똥 묻은 휴지, 한가득 커피가 들어있는 종이컵 그리고 각종 폐지들까지. 쓰레기로 가득한 휴지통이 자리하고 있었다.

천 씨의 하루는 이곳에서 시작됐다. “휴지통을 비워야한다”는 말만을 남긴 채 그는 묵묵히 쓰레기통 봉투를 갈아치웠다. 하루에 적게는 2~3봉지 많게는 5봉지 이상을 치운다고 한다.

휴지통은 약과였다. 퀴퀴함 가득한 화장실 안, 매슥거리는 냄새들이 진동했다. 천 씨의 손에는 호스 하나와 락스가 쥐어있었다. “안쪽을 닦지 않으면 냄새가 그대로 남는다”며 그는 소변기 안을 구석구석 닦아냈다.

이어서 빨기 시작한 대걸레. 복도를 청소하기 위해서다. 천 씨는 “물먹은 대걸레는 무게가 배가 된다”며 “하나 빨기도 힘든데 4개를 동시에 빨려고 하니 힘들다”고 말했다.

쉴 틈 없는 청소는 계속 이어졌다. 흡연구역에 들어서니 담배자국, 담배필터, 담뱃재 그리고 누군가 뱉어 놓은 가래침 자국 등이 뒤섞인 악취가 풍기고 있었다.

“얼른 마스크 쓰세요.”
천 씨가 기자에게 한마디 건넨 뒤 담배자국과 가래침 자국을 닦고, 닦아냈다. 그는 “흡연구역은 약품과 락스를 섞어 청소하지만 쉽지 않다”며 “스트레스로 피는 담배는 이해하지만 휴지통 안에 담배꽁초를 버리지 않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악취는 그뿐만 아니라 동료들도 괴롭혔다. 그는 “여름에는 지독한 냄새와 무더운 날씨로 많은 사람이 병원으로 실려 갔다”며 “하지만 경미한 일이라서 따로 산업재해 처리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우리 대학 법학전문대학원에서 5개 대학(전남대, 조선대, 광주대, 광주교대, 동강대)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2013년 근로조건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근무 중 불편함이 있었냐’는 묻는 질문에 94.3%가 ‘불편함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 중 52.8%는 작업 중 통증을 느꼈고, 46.5%는 ‘경미한 재해라서 산업재해보상을 받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꿀 같은 휴식
청소한지 한 시간 정도 흘렀을까. 천 씨에게도 한숨 돌릴 시간이 왔다. 점심시간이다. 그는 동료들과 오랜만에 삼겹살 파티를 한다며 한껏 들뜬 채 삼겹살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주변 동료들은 “그동안 집에서 아이들한테 고기 구워주는 솜씨를 발휘하는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밥을 먹으며 “청소일을 왜 시작하셨냐”라고 묻자 그는 “두 아이가 어렸을 땐 육아에만 신경 쓰며 살아 일을 하고 싶어도 못했다”며 “이제 아이들이 많이 커 새로운 삶을 살기위해 시작했다”고 답했다.

점심시간 이후에는 1시간 정도 유일한 휴식시간이 주어진다. 천 씨가 향한 휴게실 안에는 이미 두 명의 환경미화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4~5명이 둘러앉을 정도의 크기인 휴게실 한켠에 앉았다.

천 씨는 다과를 먹으며 2013년 8월 학교의 강제 휴게실 에어컨 절단 사건 후 노동조합(노조)을 창립해 근로환경이 개선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1년 중 근무일에 하루만 쉬어도 퇴직금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 또한 방학 강제 휴가가 있어 퇴직금을 못 받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를 만든 후 방학 강제 휴가가 사라지면서 첫 퇴직금을 받게 되어 기쁘다”고 웃었다.

하지만 그들의 모든 근로환경이 개선된 것만은 아니다. 천 씨는 “휴게실이 많이 생겼지만 아직 없는 곳이 있다”며 “체육관은 휴게실을 마련할 공간이 없어 어쩔 도리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조심스레 걱정거리도 하나 털어놓았다. 그는 “얼마 전 문사대담당 환경미화원이 나가자 아르바이트를 채용해 청소를 하고 있다”며 “문사대 청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거 같아 개강 후 학생들에게 영향을 줄까 걱정이다”고 염려했다.

휴식 끝, 다시 시작!
짧은 휴식시간은 끝났다. 천 씨는 “이제 일하러 가야죠”라고 말하며 일터로 복귀했다. 그러나 다시 더러워진 화장실은 이내 그의 힘을 빠지게 만들었다. 변기 안에는 누군가가 똥이, 복도에는 커피가 쏟아져있었다. 그는 “급한 마음에 똥만 싸고 물 내릴 생각을 잃어버린거 같다”며 “다시 치우면 된다”고 말했다. ‘똥 싸는 놈 따로 있고 치우는 놈 따로 있다’더니.

다시 더러워진 화장실 청소를 시작한지 30분. 청소를 마무리하고 천 씨는 계단으로 향했다. 하지만 까다로운 계단 청소는 다시 그를 괴롭혔다. 건물 옥상, 실험실에서 재배하고 널어놓은 마른 식물 밑에는 담배꽁초와 쓰레기 등이 꽁꽁 숨겨져 있다. 그는 집중해서 쓰레기들을 치워냈다.

청소가 모두 끝이 나고 시계를 바라보니 오후 4시. 평소보다 2시간 정도 일찍 끝난 천 씨는 “오늘 청소는 여기까지다”며 “기자님과 함께 일을 했더니 평소보다 일찍 끝났다”고 웃었다.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하루를 마친 그는 “학생이나 교수님들이 ‘안녕하세요”, ‘수고하시네요’라는 말만 들어도 힘이 되는 것이 비결이다”고 말했다.

취재를 끝내고 학생회관으로 가던 중 김철식 환경미화원과 마주쳤다. 그는 급하게 보여줄 것이 있다며 도서관 구석으로 나를 데려갔다. 그 곳은 텅 빈 공간이었다. 텅 빈 공간 안에 데려온 이유에 대해 그는 “이곳에 환경미화원들이 폐지 모은다”며 “학교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폐지를 팔아 대학장학기금을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약 150만원을 모았다고 한다. 이들은 학교와 학생을 위해 장학금까지 마련하고 있었다.

눈코 뜰 사이 없는 하루가 끝났다. 환경미화원과 발을 맞추면서 함께한 하루 동안 희극인 찰리채플린이 한 말이 떠올랐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그냥 보았을 땐 ‘좀만 일하다가 쉬겠지?’, ‘그렇게 어려울 거 같진 않은데?’라는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경험해본 하루는 참 고된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웃음’으로 학생들을 맞이했다. 때론 ‘수고하십니다’라는 한마디가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동행은 그들의 삶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만약 그들을 보게 된다면 휙 지나치지 않고 감사하다는 한마디를 건네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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