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피할 수 없이 다가온 사랑에 대해 겁을 먹거나 자신 앞에 놓인 인연을 외면하곤 한다. 그 이유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해보니 ‘감성적인 순간을 즐길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강원도 횡성군의 한 마을에는 노부부가 살고 있다. 그들은 76년의 세월을 단단히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다. 노부부는 어딜 가나 커플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다닌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속 한 장면이다. 영화는 장난 끼 가득한 할아버지와 소녀 같은 할머니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 사진=씨네21 제공
노부부의 모습을 보며 나는 사랑에 대해 생각했다. 요즘 사람들은 연애를 안 한다. 못 한다기 보다는 포기한다. “6.25전쟁 때도 아기가 태어났다”던 어떤 이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나의 세대는 사랑 보다는 경쟁에 한발 더 앞서간다. 사랑이 사치가 된 것이다.

‘혼자’가 편해 시간과 돈을 굳이 쓰려하지 않는다. 감정소비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또한 상처를 받는 것이 두려워 사랑을 겁내는 이도 있다. 사랑이 익숙지 않은 나의 세대에게 영화 속 노부부는 말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놓치지 마세요.”

현실적인 문제도 무시해서는 안 되지만 ‘누구’와 함께일 때 행복한가에 대한 고민을 하자. 노부부를 보고 있노라면 비와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지붕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것은 내가 사랑하는 ‘당신’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아름다운 이유는,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요즘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는 나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운명을 수줍게 기다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사랑을 시작하고자 하는 연인들을 응원한다. 혹시나 여전히 마음을 전하는 일을 망설이고 있을 당신에게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제는 마음을 속이지 말자”고.

이처럼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사랑이 두려운 나와 그대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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