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기 위해 걸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혀낼 유일한 방법은 ‘잊지 않는 것’이라 믿었던 그들. 지난 3일 기자는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2시간 동안, 광주역에서 출발해 구도청까지 함께 걷고 순례가 끝난 뒤는 그들과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빛고을 1000일 순례(순례)’ 참가자들은 “기억하고 관심을 갖는 게 세월호 진상규명의 열쇠”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를 되새기는 의미로 시작된 순례는 지난달 15일 부터 2017년 8월 11일까지 1000일 동안 광주 지역 곳곳을 걷는다.

행사를 주최한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시민상주모임의 일원이자 순례를 이끈 이민철 씨(물리·90). 그는 “걷는 것은 기억하고 성찰하는 것이다”며 “사람들이 길을 걸으면서 참사를 기억하고 생명보다 돈이 우선시 되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가치관을 성찰하길 바란다”고 말하며 순례를 시작했다.
 

 
순례에 참여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모인 사람은 5명뿐이었다. 이 씨는 “특별법이 합의된 뒤에는 전에 비해 잠잠한 분위기다”며 아쉬움을 보였다. 행사에 참여한 유명순 씨(44)도 “다른 곳에서는 유모차를 끌고 참여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참여율이 저조하다”며 특히 대학생들이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점에 대해 걱정을 드러냈다. 

순례 코스는 광주역에서 구도청까지였다. 순례에 참여한 사람들은 플래카드를 들고 코스를 걸으며 사람들에게 순례 참여를 독려하는 전단을 돌렸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당부한다. “좋은 일 하시네”라며 그들의 이야기에 호응해 주는가 하면 무시하고 지나쳐 가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이후 1000일 동안의 순례를 하며 얻어야 할 것으로 이 씨는 국가에 대한 믿음과 신뢰의 회복, 돈이 우선이 되어버린 우리 사회의 가치관 변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힐 것을 강조했다. 또 그는 “국민의 관심과 감시가 있어야만 올바른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1000일 동안 걷는 순례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정부에 보여줄 것이다”고 믿는다. 그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으면 결국 아무 변화도 없을 것이다”며 “혼자는 무기력하지만 함께 힘을 합쳐서 변화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봐 왔다. 걷다보면 걸은 만큼은 변화할 것이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광주는 5·18민주항쟁을 통해 진실규명의 과정을 이전에 경험했다”며 “세월호의 진실규명에 먼저 앞장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1000일 동안의 걸음은 진실과 안전한 사회를 향한 작은 몸짓이다. 잊지 말자 그리고 기억하자. 진실을 밝히기 위한 그들의 노력까지도.

※ 빛고을 1000일 순례 참가는 순례의 뜻에 동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 할 수 있으며 홈페이지(1000day.kr)를 통해 순례참가 신청과 길잡이 신청(본인이 코스를 기획하고 직접 참가자를 인솔하는 것)이 가능하다. 자세한 일정은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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