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전태일(시대의 불꽃1)
편집부 지음/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192쪽/6,500원

 
1970년 가을, 평화시장의 재단사였던 스물두 살의 전태일은 노동시장의 부당함을 알리며 한줄기 불꽃이 되어 사라져갔다. 환풍기와 창문은커녕, 허리를 숙여도 닿을듯 낮은 높이의 천장 아래 평화시장의 2만 여공들은 부모님 수술비, 동생 학비 등을 위해 밤낮없이 일했다.

그러나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해고를 부르는 안질과 폐결핵 등의 직업병이었다. 그들은 공장의 기계에 불과했다. 낡고 고장 난 기계가 된 사람은 가차 없이 버려졌고, 그 빈자리는 새 기계가 될 사람들로 채우면 그만이었다. 공장주들은 그들이 ‘가난’하기 때문에 그만 둘 수 없다는 사실을 이용했고, 그들을 보호해야할 정부는 경제개발의 불가피한 그림자일 뿐이라며 회피했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성장신화라는 이름 아래서, 자랑스러운 산업역군이라는 이름 아래서, 그들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존엄과 인권을 보장받지 못했다.

그런 그들을 감싸 안은 것은 22살의 어린 청년이었다.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내세우며 ‘이란격석’의 투쟁을 시작했다. 그러나 ‘노동청과 시청에 진정서를 제출하면 노동문제가 개선 될 것’이라 믿었던 청년의 믿음은 부서졌고 결국 그는 하나의 불꽃으로 사라졌다.

물질이라는 하위 가치를 중시하며 인간의 인권과 존엄은 생각하지 않는 사회의 모습이 비단 1970년대만의 모습인가? 전태일 열사가 우리를 떠난 지 44년이 된 2014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정부와 기업은 일자리의 창출이라는 명목으로 비정규직을 마구 생산하며, ‘일 할 사람은 얼마든지 많다’는 주장 아래 비정규직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처우가 70년대의 평화시장의 여공들에 비해 얼마나 더 나아졌는가? “자신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아달라”는 그의 마지막 부탁을 지켜주지 못한 채 40여년의 세월이 흘러간 것은 아닐까.

고등학교 때 즐겨보던 직장의 신이라는 드라마에서 나온 김혜수의 대사가 떠오르는 밤이다. “근데 그거 아십니까? 무팀장님. 그 공포를… 아픔을…. 계약직들은 6개월 혹은 3개월마다 겪습니다. 당신들 선배 자리 보전을 위해 계약직 몇 명이 교체되는지 아냐고! 엄살피지 마십시오. 고장 난 시계는 버려지는 게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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