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린다. ‘좋은 게 좋다’는 말. 취재를 가면 간혹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고, 기사 내기 전에 먼저 보내줄 수 있겠느냐고 묻는 취재원들을 만나곤 한다. “전남대 이미지 깎아먹는 짓 그만 하라”며 당부 아닌 당부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사실만을 보도했을 때 그 사실을 비판 받는다면 그 일은 비판받을 만한 일이다. 신문 보도 때문에 ‘괜한 욕을 먹은 것’이 아니라, ‘이미지만 깎인 일’이 아니라 ‘사실’일 뿐이다.

내부에서든 외부에서든 문제가 제기됐다면 이 문제가 왜 제기 됐고, 타당한 문제 제기인지, 타당한 문제 제기라면 해결 방법은 없는지에 대한 고민이 먼저여야 한다. 언론에 노출된 뒤를 고민하며 ‘기사 내지 말라’는 말이 먼저가 아니라.

하지만 상당수는 제기된 문제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기 보다는 그 문제를 제기한 이를 공격한다. 폐쇄적인 조직일수록 그런 경향은 강해진다. 잔잔한 호숫가에 던진 조약돌이 파도치는 바다에 던진 돌보다 더 큰 파장을 만들어 내듯.

지난해 우리 대학 군대식 MT 문화를 보도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기사가 나간 뒤 각종 일간지는 물론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될 정도였으나 “우리 대학만 그러는 거 아닌데 괜히 이미지만 깎였다”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몇몇 학과에서 훈련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었다.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되지 않고 작은 변화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낙인찍는 사회, 침묵으로 일관하며 방관하는 이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구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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