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상징의 도시' 광주광역시―. 광주광역시 민선 6기 윤장현 시장의 일터에도 여전히 ‘시민’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윤 시장은 자신을 ‘시민시장’으로 부르고 있으니 아이러니하다. 필자의 이 표현에 윤 시장 자신은 물론, 주변 핵심관계자들은 ‘어불성설’이라며 펄쩍 뛸 것이다. 

우선, 윤 시장 측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는 그의 취임사를 일별해 보면,  ‘시민’이라는 어휘가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예를 들면,  “시민의 시대를 열어주신…시민여러분께서 주신 뜻을 받들어 오직 시민만 바라보며…정책의 최종 목표는 구체적인 시민의 행복한 삶에…시민의 힘, 시민의 지혜, 시민의 열정을 바탕으로…” 등등. 윤 시장은 또한 최근 재임 100일 기념 회견문에서도 유독 ‘시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니 말이다. 

보통 공공조직은 사기업 등 사적인 조직과 다르게 공공재와 공공서비스를 시민들에게 제공한다. 이를 통해 시민들의 삶의 질(후생복지)의 수준을 높이고자 공공조직은 부단히 노력한다. 말하자면 시민들의 안녕이나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 ‘봉사하는’ 조직이 공공조직이라는 뜻이다. 이른바 작금의 공공조직은 공급자(관료) 중심의 의사결정구조로, 일방적으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화 시대의 틀로는 그 효용성을 담보할 수 없다. 산업화 시대의 공공조직은 명령과 통제라는 관리 시스템의 작동으로 시민들은 항시 주인대접을 받지 못하고, 한낱 톱니바퀴의 이(cog)와 같은 피동적 ? 타율적 존재로 치부되었기 때문이다. Denhardt & Denhardt(2006)의 주장을 빌리지 않더라도 특히 공공조직의 경우 시민에 대한 봉사가 특별히 강조되는 시대다 (Serve Citizens, not Customers). 

시민의 역할이란 무엇인가? 시민이란 공공서비스를 제공받는 단순한 객체가 아니다. 공공서비스의 소비자나 고객으로서의 역할을 훨씬 뛰어넘는 진정한 ‘주체’이다. 공공조직의 ‘상징적’ 주인이라는 이야기다. 왜냐하면 시민은 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 등 공공조직의 지도자를 선거를 통해 교체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공공조직의 구조적 특성을 이해하려면 조직도(organization chart)를 살펴보면 된다. 비근한 예를 들면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시애틀, 호놀룰루, 시카고, 오스틴, 뉴욕 시나 캐나다 밴쿠버 시 등의 조직도에는 시장(mayor)이라는 직위 상단에 시민(citizens), 주민(residents), 투표자(voters) 혹은 유권자(electorate)라는 단어가 또렷이 표기되어 있다. 

윤 시장은 후보시절, 서울시장인 박원순 시장을 벤치마킹 하여 ‘시민단체 활동가’의 우월성을 선거 전략에 활용해 온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의 일터인 서울시에는 윤 시장이 놓치고 있는 점이 분명히 있다. 서울시 조직도에는 ‘서울특별시장’ 바로위쪽에 진홍색바탕의 ‘시민’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시민의 ‘대리인’ (agent)인 윤장현 시장으로부터 광주광역시의 ‘주인’(principal)인 시민들이 제대로 된 ‘시민’ 대접을 받는 일이 현실적으로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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