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김정현 지음/황금물고기 펴냄/14,000원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말은 어릴 적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질문이다. 어렸을 때 이런 질문은 날 곤란하게 만들었다. ‘엄마, 아빠는 왜 내게 이런 질문을 하시는 걸까?’ 난 이런 질문을 받으면 항상 웃으며 넘어갔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분명 아버지 보단 엄마가 더 친근하고 좋았었던 것 같다. 지금도 ‘아빠’보단 ‘아버지’라는 표현을 쓰고 ‘어머니’보단 ‘엄마’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엄마가 더 편했던 것은 사실이다.

김정현 작가의 장편소설 ‘아버지’를 읽으면 위 질문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아버지란 어떤 존재인지’, ‘왜 아버지는 우리와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었는지’, ‘왜 우리는 아버지를 불편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책의 주인공 아버지 ‘한정수’는 가족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려 노력하지만 매번 실패하는 인물이다. 이런 갈등은 흔하다. 정수와 자식들의 갈등은 현실의 우리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고 이런 문제로 갈등을 겪는 가족들도 많다. 아버지들은 자식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지만, 자식들은 아버지의 신호를 눈치 채지 못한 것인지, 못 본 척 하는 것인지, 매번 아버지의 노력은 물거품이 돼 버린다.

이 책을 읽기 전 아버지와 나 사이에도 커다란 산이 하나 있었다. 아버지가 크게 불편하거나 어려웠던 것은 아니었으나 쉽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아버지와 날 가로막고 있는 이 산이 무엇인지 알았다면 쉽게 돌아 갈 수 있었을 텐데 그 산이 무엇인지 도통 알 수가 없어 이 책을 읽기 전 20여년을 산에 가로막혀 있는 채 세월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아버지의 신호를 느낄 수 있었고 덕분에 지금 난 아버지와 난 친구 같은 사이가 될 수 있었다. 이 땅의 모든 아들, 딸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부디 하루빨리 이 책을 읽어보고 ‘우리 아버지는 어떤 분일까?’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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