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삼충백화점과 닮은 세월호 참사
건물붕괴도 사고 수습도 모두 ‘재난’
“작품 통해 누군가의 아픔에 공감하길”

▲ 소설책 삼풍.
바뀐 것은 없었다. 소설 <삼풍>의 작가이자 매주 금요일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연재되는 웹툰 <삼풍>의 시나리오를 담당하는 문홍주(35), 손영수(34) 작가와의 인터뷰는 삼풍백화점과 세월호 참사가 너무나 닮았음을 깨닫게 했다.

삼풍백화점 참사 직후 일주일 동안의 이야기를 다루는 <삼풍>. 그들의 <삼풍>은 사회시스템이 몰락한 대한민국의 민낯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삼풍백화점 붕괴는 부실시공과 붕괴 조짐에 대한 늦은 대처로 발생했고, 1,400여명의 직원과 고객들은 다치거나 죽었다.

독자들은 <삼풍>안에서 소방관, 기자, 피해자 가족 등 다양한 주인공들이 바라보는 시선으로 삼풍백화점 참사 현장을 생생히 볼 수 있다. <삼풍>에 대한 이야기부터 20년 전 삼풍백화점 참사와 너무도 닮은 세월호 참사까지, 그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삼풍백화점 참사를 주제로 소설을 쓰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문홍주(문) : 삼풍백화점 참사 발생 뉴스를 텔레비전을 통해 봤다. 1990년대를 돌이켜 보면 아팠던 기억들이 참 많다. 그 시절이 어땠는지 이야기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손영수(손) : 삼풍백화점 참사는 나에게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우리에겐 이 이야기가 일종의 작은 생채기였다. 창작을 하는 사람으로서 삼풍백화점 참사를 다뤄보고 싶었다.
 
자료조사는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 궁금하다.
손 :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1년이 걸렸다. <삼풍>을 쓰기 전 3개월 간 서울시 공식자료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백서>를 달달 읽으며 공부했다.
문 : 국회도서관에서 당시 신문을 찍어놓은 필름을 찾아서 보기도 했다. 삼풍백화점 참사는  자료가 많이 없다.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로 자료들은 폐기됐고, 남아있는 기록들도 파편화 돼 흩어졌다.
손 : 남은 기록도 군인, 경찰 등 각각의 입장에서 쓴 내용뿐이다. 모두들 자신들의 실수는 적지 않았다. 그 부분들을 알기 위해 발로 뛸 수밖에 없었다. 당시 현장에서 있었던 소방관들을 직접 찾아갔고, 당시 피해자 분들을 만나 이야기 나눴다. 

<삼풍>을 쓰며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문 : 자료를 모으는 것도 힘들었다. 하지만 의미 있는 소설로 완성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손 :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주제이기에 어려웠다. 웹툰의 경우 초기에 ‘너희가 어떻게 연재하나 보자’는 반응이었다. ‘자극적인 소재로 삼풍백화점 참사를 이용해 먹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상처가 될까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풍>을 만들기로 결심한 것은 이 사고가 사람들에게 잊혔기 때문이다.

2012년 발간된 소설 <삼풍>을 웹툰으로 만든 이유는?

 

손 : 웹툰은 많은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의 소설을 바탕으로 작업을 도와줄 작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 때 만난 사람이 한상훈 작가다. 당시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었다. 그저 한 작가에게 ‘우리 작품을 보고 마음에 들면 연락을 달라’고만 말했다. 그리고 보름 뒤 그에게 연락이 왔다. ‘다음에서 연재하게 됐다’고 말이다.

웹툰 <삼풍>을 보는 독자들을 위해 작가노트도 쓰고 있다. 어떻게 시작했나?
문 : 소설과 스타일이 다른 웹툰에서는 생략할 이야기가 많았다. 웹툰을 보는 독자들은 삼풍백화점 참사를 직접 경험하지 못했을 세대다. 그들에게 당시의 이야기를 자세히 전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삼풍>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손 : 삼풍백화점 참사를 겪은 독자들 입장에서도 만화만으로는 부족한 부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많은 독자들이 작가노트를 좋아해 주신다.

웹툰 <삼풍> 시즌2 연재를 앞두고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문 : 세월호 참사를 보며 너무 슬펐다. <삼풍>을 썼던 가장 큰 이유는 ‘이런 사고가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였다. 세월호 참사 구조 과정을 보며 삼풍백화점 참사의 문제가 다시 반복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사고가 어떻게 흘러갈지 짐작 갔다.
손 : 나 역시 화가 났다. 모든 국민이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문 작가와 다르게 나는 예상하지 못했다. 설마 했다. 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세월호와 삼풍백화점 참사는 비슷한 점이 많아 보인다.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손 : 사회 시스템의 균열이다. 삼풍백화점은 건물이 무너진 것뿐만 아니라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 모두 재난이었다. 세월호 참사 역시 소름끼치게 똑같았다. 사고를 대처하는 정부 기관, 언론의 모습 모두 삼풍백화점 참사와 닮았다.
두 참사 모두 자본주의의 민낯이라고 할 수 있다. 돈이 사람보다 우선시 된 것이다. 삼풍백화점 이준 회장 역시 붕괴위험을 알고 있었지만 돈을 벌지 못할 것을 우려해 장사를 계속했다.

<삼풍>을 보는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문 : 대학이 일종의 취업양성소가 됐다. 생존을 위해 취업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것이다. 하지만 삼풍백화점과 같은 참사는 어느 순간 우리에게 돌아올 수 있는 문제다. 전공을 살려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에도 힘썼으면 좋겠다.
손 : <삼풍>을 만나게 될 대학생들이 우리 작품 통해 누군가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삼풍백화점에서 세월호 참사까지 모두 기억되고 알려져야 한다. 돈보다는 생명적 가치가 먼저인 사람이 되길 바란다. <삼풍>이 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작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그것만으로도 뿌듯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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