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다들 ‘한컴타자연습’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때 내가 주로 연습했던 것은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이었다. 여러 번 반복하다보니 나중에는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였었다. 당연히 그때 시를 제대로 음미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그 부분이 특히 좋았던 것 같다. 반복되는 ‘별 하나에’ 뒤로 하나같이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시가 아름다운 것임을 알게 해준 구절이었다.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는 젊은 시인이 잎새에 이는 작은 바람에도 괴로워해야 했던 시대가 있다. 사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그것은 가늠조차 힘든 것이다. 시에는 시인의 20대를 채운 사색과 고뇌, 성찰이 고스란히 담겨있는데 정작 20대인 우리는 시와 너무 낯설어져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

오래전, 교과서에서 시인의 사진을 처음 봤을 때 그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 조용하지만 힘 있는, 강인한 의지가 느껴졌다. 나도 그런 눈빛을 지니게 되길 바랐던 것 같다. <전대신문>이 말하는 ‘시대를 바로 보는 청년의 눈빛’이란 바로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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