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9일, 이슬람 수니파 반군 IS(Islamic State)가 미국인 기자를 참수한 장면을 담은 4분짜리 영상을 공개하면서 전 세계를 경악시킨 바 있다. 이들은 국제사회의 비난 성명을 비웃기라도 하듯, 두 명의 희생자를 연이어 내고도 다시 네 번째 희생자를 지목하고 나선 상태다.

IS는 시리아와 이라크를 거점으로 한 이슬람 신전국가 건설이 목표인 극단주의 무장단체이다. 원래 2001년 9?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의 분파였으나, 지나치게 근본주의적이고 잔혹한 투쟁을 한다는 이유로 파문당할 만큼 악명이 자자하다. 이라크에 거점을 두고 출발했으나 올해 들어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면서 이란-이라크 접경지역에서 시리아 북동부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을 점령할 정도로 세력을 급격히 불리고 있다. 이 세력 확장은 점령지에 있는 유전의 석유밀매를 통해 얻은 자금에 힘입고 있다.

그런데 IS와 관련해 쏟아진 무수한 기사 중 정작 우리 눈을 사로잡았던 것은, 복잡한 중동 정세가 아니라 우리에겐 이름조차 낯선 IS에 한국인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물리적 거리상으로도, 종교문화적 배경으로도 어떤 식으로든 교집합을 상상할 수 없는 두 주체의 이름이 한데 묶여있는 것을 본 순간, 우리들로선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다.

현재 IS 조직원은 2만 명에서 최대 3만 명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이국인 전투원은 약 1만5천 명 정도로 알려졌다. 이들 중 일부는 종교적 신념 혹은 시리아 독재정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자들이지만, 대다수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IS의 용병 모집 광고를 통해 가담하고 있다고 한다. 석유밀매를 통해 확보한 엄청난 자금줄을 토대로 세계의 청년들을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IS 조직원 중 유럽사회에서 단일국가로서는 가장 많은 숫자인 700여명을 기록하고 있는 프랑스가, IS 가담 원인으로 자국의 청년실업 문제를 꼽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IS에 가담한 목적이 무엇이든 그들의 선택이 결과적으로는 '폭력'에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 지점에서 지난 6월자 <전대신문>에 '침묵은 금이다'라는 제목으로 실린 기사가 겹쳐지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이 기사는 전남대인의 사회인식조사 결과를 실은 것으로, 지금 사회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절반에 가까운 학생들이 불만족스럽다는 생각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70%가 넘는 학생들이 사회문제에 직접 의견을 표명한 적이 없다고 답변한 내용이었다. 다수의 학생들이 그 이유로 꼽은 것은 취업준비, 시간부족, 무력감 등이었다.

그러나 취업준비 때문에 시간이 없든, 무력감 때문에 의지가 생기지 않든 간에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사회 문제는 개인의 문제와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것, 그래서 그것을 풀지 못하는 한 개인의 문제도 풀리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문제라는 놈은 우리 자신들의 침묵을 먹고 더욱 폭력적으로 진화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침묵은 폭력을 승인한다. 그 폭력이 궁극적으로 향하는 지점은 사회 구성원, 곧 우리 자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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