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의 계절이다.

‘안녕하냐’는 물음에 ‘안녕치 못하다’고 답했으나 잊었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은 어느새 잊혔고, ‘미안하다’는 말의 빛은 바랬다.
생각은 행동이 되지 못했고 행동이 되지 못한 생각은 망각이 됐다. 지독한 봄이 가더니 사나운 여름이 왔다. 사나운 여름의 끝자락에 섰으나 이보다 더 혹독한 겨울이 올까 마음이 무겁다. 

세월호 유가족 도보순례단이 지난달 4일과 5일 광주를 지났다. 28일째 길 위를 걷고 있었다. 길 위에서 만난 그들은 새카맣게 그을린 얼굴, 땀과 비에 젖은 머리를 하고서는 걷고 또 걸었다.

첫째 날 일정이 끝난 뒤 인터뷰가 있었다. ‘하늘에 있는 아이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는 한 기자의 마지막 질문에 아버지 두 분은 동시에 눈이 붉어졌다. 침묵이 흘렀다.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조회수만을 위한 기사를 쓰러온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자 부끄럽다 못해 참담했다. 과연 그들의 눈물에 얼마나 진실 되게 응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지난 4월 16일 참사 이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자책 속에 있었으나 여전히 난 그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없었다. 

외롭게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그때였다. 유가족들을 만나고 돌아온 날 밤, ‘기자’라는 일이 정말 싫었으나 ‘기자’라서 다행이기도 했다. 그들의 눈물이 고통스러운 만큼 기자로서 잘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세월호 특집 연재 등 이번 학기에는 잊혀져가는, 그러나 잊혀져서는 안 될 이야기들을 다루고자 한다. 이와 관련한 독자들의 기고도 얼마든지 환영한다. 

“겁내지마라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다/ 죽지마라 끝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슬퍼하지마라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울지마라 너는 아직 어리다”

참사 100일을 맞아 진도 팽목항에 설치된 ‘하늘나라 우체통’에 적힌  故 양온유 양의 글이다. 그래, 우린 아직 어리다. <전대신문>은 잊혀지는 것들에 대하여 눈을, 귀를, 입을 맞출 것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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