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는 그의 꿈과 그 꿈을 이뤄주고 싶었던 사람들의 염원이 있었다.

궂은비가 내렸던 지난달 21일 오전 ‘단원고 2학년 박예슬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종로구 효자동 서촌갤러리를 찾았다. 좁은 골목길 안에 들어서면 보이는 입구와 20평 남짓한 아담한 갤러리에는 그의 꿈이 있었다.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2층 갤러리 입구를 가득 메운 형형색색의 포스트잇이다. 이 작은 종이에 시민들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분노와 슬픔을 전했다.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걸음을 돌리니 예슬 양을 주제로 한 영화와 함께 노래 ‘거위의 꿈’이 흐르고 있었다.

 
갤러리로 들어가니 디자이너를 꿈꿨던 그의 작품 36점이 있었다. 의류, 구두, 인테리어 디자인과 그가 어렸을 때부터 그렸던 그림들이 갤러리를 가득 채웠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실물로 재현된 옷과 구두다. 그가 남자친구와 입고 싶었다던 의류 디자인은 김숙경 디자이너에 의해, 구두 디자인은 이겸비 디자이너에 대해 실물로 제작됐다. 그의 꿈을 이뤄주고 싶었던 어른들의 도움으로 그의 꿈이 재현된 것이다.

이 갤러리에는 특히 자녀와 함께 온 부모들이 많았다. 가족과 같이 온 박형재 씨(52)는 “예슬 양의 작품이 대단한 것 같다. 재현된 작품을 사고 싶을 정도”라며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이유에서 아이들을 데려왔다”고 말했다.

처음보다는 관객이 줄었지만 요즘도 갤러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를 잊지 않기 위해 찾아온다. 정두수 서촌갤러리 관계자(30)는 “요즘도 평일 하루 500명, 주말 1,000명 정도의 사람들이 찾아온다”며 “토크콘서트 등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4일부터 열린 전시는 무기한으로 진행된다. 전시가 열리는 서촌갤러리는 종로구 효자동에 위치하며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로 나와 통인시장에서 우회전 하면 된다.
 
▲ 관람객이 예슬 양을 주제로한 '영화'를 보고 있는 모습. 영화에는 그의 평소 일상과 세월호 안에서의 마지막 영상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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