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때 음원 초저가 정책이 시장 몰락원인… 음원수익의 40%가져가는 대기업 '멜론'

 
음악이 사라진 세상을 상상해 보자. 원시사회부터 21세기 현대사회까지 그런 세상은 존재했던 적이 없다. 기분, 장소, 상황을 가리지 않고 언제나, 어디서나, 우리 곁에 있었다. 하지만 음악에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면? 고개는 갸우뚱하고 입은 삐죽 나올지도 모르겠다. 한 달에 한 번 자동 결제되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비용도 아까울 때가 있는데 더 내라니….

바른음원 협동조합(바음협)에 따르면 음악시장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 번째로 비정상적으로 형성돼 있는 낮은 음원 가격이다. 이는 IMF 때 음원 초저가 정책이 원인이 됐다. 또한 IT산업의 발전으로 손쉽게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들에게 ‘음악은 무료’라는 인식이 생겼다. 이런 인식은 현 음원 가격에 큰 영향을 미쳤다.

두 번째로 거대 음원 서비스 업체인 ‘멜론’의 불공정 거래다. 멜론은 음원시장에서 54%의 점유율을 가진 대기업으로 음원 가격책정, 분배에 있어 입김이 상당하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3,000원짜리 음악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면 멜론이 40%인 1,200원을 갖는다. 나머지는 1차 생산자(작곡자, 작사가, 가수)에게 돌아가지만 16%의 저작권료과 시연권료를 제외한 나머지 44%가 1차 생산자들에게 돌아가는 순수 음원수익이다. 이때 보통 1인당 1.8원을 가져가는데 서비스업자와 생산자 간의 음원수익 분배구조가 불합리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고질적인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바음협이다. <전대신문>은 음악인들의 권리를 지키고, 공정거래를 위해 발 벗고 뛰어든 바음협의 이사장이자 록 그룹 시나위의 기타리스트 신대철 씨(48)를 지난 7월 24일 만났다. 그는 지난달 20일 협동조합 설립 신고도 마쳤다.

음원협동조합을 만들게 된 계기와 취지가 궁금하다.
바음협을 만들게 된 것은 불현 듯 한 생각은 아니었다. 음원의 불공정거래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문제의식을 느껴왔다. “언제, 어떻게 해서 이러한 구조가 생기게 된 것인가? 음악시장은 갈수록 커져 가는데 음악인의 생활수준은 왜 예전과 변화가 없는가?”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본격적으로 ‘나서야 겠다’고 생각한 것은 작년부터였다. 그리고 지난 4월부터 페이스북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협동조합의 형태로 회사를 만들어 음원서비스 사업을 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바음협이 하는 일은 뭔가.
바음협은 현재 불공정한 수익구조를 생산자 중심으로 최대 70~80%까지 가져가게 할 방침이다. 또한 소비자를 위해 새로운 음원서비스 플랫폼을 만들어 편리한 유통시스템을 소비자들에게 제공 하고자한다. 그리고 음원서비스 기업과 같이 음원유통을 기본으로 하되 다양한 공연과 해외음원유치, 팟캐스트 방송 등을 계획하고 있다. 또 조합원을 모으고 있는데 조합원이 된다면 아주 합리적인 혜택을 받게 될 것이다.

조합원의 합리적 혜택이라면?
사실 소비자들은 멜론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돈을 지불한 만큼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는 종량제 스트리밍을 시행할 것이다. 지불한 금액만큼 음악을 다 듣지 못할 경우 남은 금액을 이월 시키는 정책을 기본적으로 시행할 것이다. 또한 적립제를 시행해 조합을 탈퇴할 때 조합원이 낸 출자금에 적립금을 더해 돌려줄 것이다. 소비자에게도 더 합리적이고 이익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말이다.

뮤지션들의 반응은 어떤가.
“마음속으로는 응원하고 있다”고들 말한다(웃음). 하지만 현재 많은 뮤지션들이 겁을 내고 있는 실정이다. 멜론 같은 대기업이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고, 가수들의 음원 수익 2/3정도는 멜론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시라도 멜론에게 밉보일까봐 공포심을 갖고 있다. 그래도 많이들 응원해 주는 분위기다. 요즘은 SNS를 통해 사람들의 관심도 많이 받고 있어 조합원으로 가입하겠다고 말한 뮤지션들도 많다.

멜론에 대항 할 방법은?
사실 멜론과의 경쟁은 말이 안 된다. 그러나 저항은 할 수 있다. 현재 시장에 보편화 된 멜론의 3,000원짜리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는 결코 올바른 구조 속에서 나온 서비스가 아니다.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종량제 스트리밍 서비스로 바꿔 보려한다.

 

종량제 스트리밍 서비스는 소비자들의 부담을 더하지 않을까?
음악도 착한 소비가 필요하다. 커피 한 잔에 평균 3,000원이다. 그 돈으로 우리나라 모든 음악을 들을 수 있다니! 현재 음원가격은 절대로 비싸지 않다. 정부는 IMF 때 몰락한 음원시장을 살리고, 불법다운로드를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초저가 정책을 시행했다. 그 가격이 지금까지 온 것이다. 소비자들이 음원에 지불하고 있는 돈은 턱없이 싼 가격이다. 이는 시장을 살리기는 커녕 시장을 몰락시켰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칼을 대고 수술을 해야 되는데 계속 모르핀만 투여한 꼴이다. 하루아침에 음원 가격을 정상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4~5년 후엔 정상적인 가격을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바음협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있다면.
음악인들의 두려움이다. 하지만 모두 같은 목소리를 내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계는 ‘스크린쿼터제 축소’에 반대하며 배우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했다. 지금까지 음악계는 그런 움직임이 없었다. 음악은 사실 혼자서도 할 수 있기 때문인지 영화계에 비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약한 것 같다. 그러나 요즘 초저가 음원 반대 운동인 스탑 덤핑 뮤직(Stop Dumping Music) 움직임이 일어나면서 문제를 제기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우리가 더 나아가 대안까지 제시를 해보려 한다.

정부의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
정부의 노력보다도 법 개정하는 등 입법 차원에서 방안이 필요하다. 사실상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불공정거래에 해당한다. 국회의원들에게 지금 처한 상황을 설명하고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주위에 계속 알리는 것이다.

최종 목표가 무엇인가.
우리나라 음원 시장을 바로잡고 음악 생태계를 복원 하는 것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바른음원’이란.
공정한 거래를 통해 나온 음원이다. 한마디로 이런 것이다. “멜론! 너희는 바르지 않아!(웃음)”

대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누군가가 불공정하게 불이익을 당할 때 침묵한다면 자신이 힘들 때 다른 누군가도 침묵할 것이다. 대학생들은 앞으로 직장을 갖게 되고 가정도 꾸리고 부모가 될 사람들이다. 인생의 출발선에 선 대학생들이 진취적이고 공정한 일에 동참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더 없이 밝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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