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6일 새정치민주연합 박홍근 의원에게 서면으로 제출한 답변을 살펴보면, 황 후보자는 역사 교과서의 국정 교과서 전환에 찬성하는 입장임을 알 수 있다. 황 후보자는 “역사는 국가의 정체성과 국민통합을 다루는 교과이므로 통일되고 일관된 내용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편향성 논란 등을 해소하기 위해 교과서 발행체제 개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정교과서 발상은 시대착오적이다. 대부분의 유럽 선진국들은 모든 교과서를 자유발행제 체제로 만들고 있다(자유발행 교과서는 출판사나 저자가 정부기관의 검·인정 절차 없이 출판한 것이다). 하물며 역사 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바꿔야 한다는 발상은 시대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 국정교과서는 국가가 일괄적으로 교과서의 내용을 통일시켜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 한 종류의 교과서만 존재하며 내용과 해석, 경우에 따라서는 사상도 한가지다. 이를 국가가 만든다는 것은 대한민국 청소년을 국가에 맞게 ‘교화’시키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국정교과서는 국가적 통일성이 필요한 교과목에 대해 국가가 편찬하고 저작권을 갖는 교과서를 말한다. 이에 반해 검정 교과서는 민간에서 개발해 출판한 도서 중 국가의 검정 심사에 합격한 도서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1973년까지 검정 교과서를 사용했다. 유신 이후 1974년 박정희 정권은 국사 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전환했다. 그때부터 국사 국정 교과서는 ‘독재 옹호’ 등의 논란을 빚었다. 2002년 국사에서 근현대사가 분리돼 검정으로 바뀌었고, 2010년 국정 국사 교과서와 검정 근현대사 교과서가 합쳐져 한국사가 되면서 역사 교과서는 검정 체제로 돌아왔다.

‘국가적 통일성’을 갖춘 교과서로 역사를 배우는 것은 지금의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다. 국가의 입장에서 서술된 역사를 배우는 것 자체가 역사왜곡의 첫걸음이라는 세계적 발상과 반대되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역사를 바로 알기 어려운 이유도 역사는 기록이기 때문이다. ‘기록자’가 쓴 기록은 다소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세계화의 시대에서 국가주의적인 역사를 배운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고립된 역사 인식을 갖겠다는 말과 같다.

또한 국정 교과서는 보수 세력의 관점이 많이 담길 가능성이 크다. ‘하나의 종’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보수적인 태도가 반영된 내용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유로운 사상을 배우는 데 적합하지 않다. 다양한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눈을 키울 수 없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로 국정체제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보수성향이다. ‘친일독재미화와 교과서개악을저지하는 역사정의실현연대’가 지난 5월 29일 교육감 후보들을 상대로 한 정책질의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분석 결과, 보수적 성향의 후보들은 한국사교과서 발행이 국정제로 가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진보성향의 교육감 후보들은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는 검정제에서 나아가 검인정제와 자유발행제로 전환하자는 입장이었다.

강경 우파의 대표주자 아베의 통치 방식에서도 ‘국정교과서 전환’은 보수적 행보임을 확인할 수 있다. 아베 내각은 애국 사상과 국가주의 가치관을 신세대 아이들에게 주입하기 위해 교육 개편을 단행하고 있다. 이 중심에 ‘국정교과서 만들기’가 있다. 사회교과서에서 “근대사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음, 정부의 견해 및 확정 판례가 있는 경우 이것을 기준으로 기술, 미확정의 시대적 사안은 특정 사항을 강조하지 않도록 함” 등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엔에이치케이 위안부 다큐멘터리의 검열 및 삭제 지시, 수능시험 위안부 문제 출제 금지, 고노 및 무라야마 담화 수정, 오키나와 집단자살의 군 관여 기술 삭제 등을 조직적으로 추진해온 아베 총리의 통치를 봤을 때, 아베 내각의 국정교과서 도입은 역사왜곡의 위험성을 띄고 있음을 판단할 수 있다.

우리는 진일보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대한민국은 어떤 역사흐름 속에 서 있는지 제대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연구에 자율성이 있어야 하고, 우리는 그들의 합리적 연구를 다양하게 배울 수도 있어야 한다. 하나의 해석만을 주입하는 국정교과서로의 전환은 이를 저지하는 것이다. 역사를 배우는 일만큼은 우리, 좀 자유로워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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