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육군 상병으로 전역한 보호관심병사(관심병사) 이모씨(22)가 전역 당일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이씨는 2012년 입대 직후 관심병사 A급의 진단을 받았다. 그는 복무기간 복종의무 위반, 성실의무 위반이라는 이유로 군 생활 내내 2번의 휴가밖에 받지 못했다. 이씨는 지난 5월 탈영을 하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정신적으로 이상 징후가 포착된 아들을 군 당국이 방치했다”고 말했다. 유서 한 장 남기지 않고, 전역한 그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씨의 죽음에 군 당국은 책임이 없다며 회피할 수 없다.

관심병사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최근 발생한 GOP 총기사고로 시민을 놀라게 했던 임모병장도 관심병사였다. 군대를 다녀온 것도 아니고, 군대라는 집단속에서 며칠도 생활해 보지 않은 일반적인 여성들은 군 제도를 놓고, 이렇다 저렇다 판단할 수 있을만한 경험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 필자도 ‘보통 여자’이기 때문에 상황은 마찬가지다. 필자가 알고 있는 군대 문화는 지인들의 일명 ‘군대 이야기’를 통해 들은 것들뿐이다. 관심병사 제도를 이야기하기 이전에 경험적 근거와 무관하게 개인적인 판단으로 글을 썼다는 점을 미리 말해둔다.

관심병사 제도에 대한 회의는 세 가지다. 먼저, 이 제도 자체에 대한 의문이다. 애초에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할 병사를 군대에 두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물론, 관심병사로 선정되는 기준이나 정도는 매우 다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질환이 있거나 일명 ‘고무신 거꾸로 신은 여자친구’ 때문에 가슴앓이 하는 군인도 관심병사로 선정될 수 있다고 들었다. 필자는 이런 내용은 차치해 두고, 군 생활에 심각한 이상 징후를 보이는 병사를 주요 전제로 삼고 있다.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정신병을 앓고 있는 병사들을 군에서 생활하게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이들의 문제가 선임들의 지속적이고 주기적인 관심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두 번째로, 관심병사를 진단하는 임상심리사는 전국 27명에 그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차 인성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온 5만 4천여 명을 상담했다. 검사 시간은 1인당 20분 정도였다. 전문 인력 배치의 미흡함을 보이는 상황에서 관심병사 제도가 제대로 운용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또한 군 전체 관심병사의 비율은 10%에 가까워 그 수가 어마어마하다. 이들을 관리하는 일이 군 지휘관의 주요 업무가 될 정도다. 국방부의 제도가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이유다. 군이 관심병사를 제대로 진단하고 관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 제도가 가지는 문제점은 계속해서 드러날 것이다.

마지막으로, 관심병사의 등급도 신뢰할 수 없는 수준이다. 먼저, 병사들이 자신의 상태를 작성하는 다면적인성검사(MMPI)는 일관성이 없고, 허위로 작성하는 실태 또한 계속해서 지적되고 있다. 대대장, 중대장, 소대장 등의 자의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으로도 관심병사의 등급이 결정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고충을 겪는 병사도 한둘이 아니다. 관심병사라는 낙인으로 집단생활의 어려움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국방부가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관심병사에 대한 정확한 통계도 내놓지 못하는 국방부의 모습만 보더라도 이 제도의 허술함을 알아차릴 수 있다.

관심병사의 제도를 완벽하게 고친다고 해서 군대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군대라는 작은 사회 안의 제도 개혁이다. 군에서 젊은 남성들은 각자 알게 모르는 상처를 하나씩 안고 사회로 돌아온다. 이미 상처가 있는 젊은이나 그렇지 않은 젊은이나 모두 마찬가지로 상처를 입히고, 상처를 입는다. 물론 상처의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 군대 문화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것을 담고 있기도 하다는 것이다. 군대라는 특수한 집단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 특수성을 전제하고 바라본다 하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것들을 우리는 자주 목격해 왔다.

항상 언급되는 부분이지만, 대대적인 군 문화 개선을 위한 정확한 실태파악이 필요하다. 그 실태를 국민 앞에 낱낱이 밝힐 수도 있어야 한다. 은폐나 주먹구구식의 처방은 더이상 안된다. 파악된 문제들을 항목별로 분류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물론, 분단된 국가의 ‘병역 의무’라는 근원적 물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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