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사회문제 침묵하는 원인 다양해
“사소한 것이라도 목소리 낼 줄 알아야 공론장으로 나올 수 있을 것” 

왼쪽부터 박새리 씨(조선대학교 졸업), 이연석 씨(자율전공·11), 유민호 기자

처음 만났지만 곧바로 말이 통했다. 서로가 말하고자 하는 방향은 같았다. ‘무엇이든 해보자. 침묵하지 말자. 공론장으로 나가자!’ 지난달 29일, 기자의 갑작스런 요청에도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히 사회참여 활동을 하고 있는 20대 청춘 두 명이 흔쾌히 <전대신문>을 찾았다.
지난해까지 토론동아리를 이끌었고, 최근에는 ‘세호 참사 전남대 시국토론회’에서 사회를 맡기도 한 이연석 씨(자율전공·11),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전남 대학생 소셜네트워크’를 운영하는 박새리 씨(조선대)가 함께했다.
딱딱한 의자에서 벗어나 푹신한 잔디가 있는, 답답한 형광등이 아닌 햇빛을 쬘 수 있는 봉지(5·18광장)에 앉아 대학생 ‘사회참여’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는 왜 침묵하나?
기자(기):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부터 ‘세월호 참사’까지 대한민국의 뿌리를 흔드는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지난해 겨울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으로 많은 대학생들이 목소리를 내나 싶었지만 이내 자취를 감췄다. 왜 대학생은 이런 굵직한 사안에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할까?  
이연석(이): 구조적인 문제가 크다. 개인이 목소리를 내려 하면 항상 개인과 조직이 ‘맞짱’을 떠야하는 구도가 성립된다. 그러니 몸을 사리는 거다. 학생들과 같이 목소리를 내줄 매개체가 없다. 시민단체가 됐든, 옆에서 같이 촛불을 들어주든 중간 매개체들이 연대해 같이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

박새리(박): 공포를 조장하는 공권력의 탓도 있다. 집회·결사의 자유가 보장되지만 조금이라도 기준선을 넘으면 바로 연행해 간다. 졸업을 한 나도 그런 뉴스를 접하면 덜컥 겁부터 난다. 운동권 학생들도 아닌 순수한 마음으로 집회에 참여한 어린 학생들은 오죽하겠나.

기: 경제적인 이유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요즘은 먹고 살기 힘드니까, 당장 취업에 목매야 하는 현실도 가장 큰 원인 아닌가?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잘 벌고 잘 사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마땅히 인정돼야 하는 욕망이다. 하지만 이제는 한계가 왔다. 우리 대학 취업률이 얼마나 되나 찾아본 적이 있는데 딱 반반이더라. 저기 봉지 주변을 걷는 학생들 중 절반은 졸업해도 직장을 가질 수 없는 거다.  공론장으로 나와서 사회구조를 바꿀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 슬픈 비유지만 세월호로 치자면 배가 반쯤 가라앉은 것이다. 가만있지 말고 물 밖으로 탈출해야 할 때다.

기: 또 다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나?

박: 교육의 문제도 크다. 대학교 수업만 봐도 그렇다. 누가 손들어서 교수에게 자신 있게 반대의견을 말할 수 있나.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교육을 받은 거다. 어른들의 기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예절 없는 놈. 어디서 대들어’란 소리를 듣게 된다. 그러니 의견 개진은커녕 공론장이 형성돼도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가 없다.

이: 초등학교서부터 학내 민주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학교도 마찬가지다. 평의원회도, 등록금심의위원회도 회의록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 간혹 총학생회가 민주주의라고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건 행정기구지 민주주의가 아니다. 민주주의를 직접 경험할 기회가 없으니 학생들은 목소리를 내는 데 서툰 것이다.

침묵을 깨자. 대안은 무엇인가?
기: 그렇다면 인터넷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 않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서 정치·사회적인 참여를 하는 젊은층도 상당수다.

박: 대학을 다니면서 광주를 기반으로 하는 최초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다. 정치 이슈 글도 많이 올렸다. 페이지가 자리를 잡아가고 방문자가 많아지자 자칭 ‘애국보수’ 일베충(일간베스트 이용자들을 속되게 이르는 말)들이 몰려와 광주라는 이유로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광주 비하는 물론, 내 신상정보까지 털며 욕을 해댔다. 페이지를 통해 건전한 소통이 이뤄질 거라 생각했지만 그런 일이 반복되니 나도 모르게 위축됐다. 특정세력이 검색포털, SNS까지 장악하는 것이 큰 문제라 생각한다.

이: 인터넷이 공론장이 될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 메시지에 무게감도 없고, 내용도 상당히 무책임하다. 물량전, 속도전이라 보면 된다. 그냥 단체로 와서 지르고 가는 거다. 하지만 지금 사회에서 인터넷 공간을 배제할 수 도 없고 참 어려운 문제다. 인터넷보다는 직접적인 인간관계를 통해 오프라인에서 공론장을 만들어야 한다.

기: 대안이 없다는 건가?

박: 스며들어야 한다. 무엇이든 해야 한다. ‘책 읽는 벤치’를 들어본 적이 있나?

기: 들어봤다. 지난해 <전대신문>에서 보도를 한 적도 있다.

박: 평범한 학생이 ‘책을 읽자’며 작은 목소리를 낸 거다. 아주 의미 있고 멋진 일이라 생각한다. 깃발을 들고 투쟁적인 목소리를 내자는 것이 아니다. 작지만 사소한 것부터 목소리를 낼 줄 아는 게 중요하다. 그 목소리들이 모이고 모이면 자연스레 공론장도 형성될 것이다.    

이: 앞서 말한 중간 매개체 꾸준히 늘어나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시민단체가 수가 굉장히 적다. 우리 대학을 감시하는 시민단체도 없을 정도다. 학생문화운동이 됐건, 촛불문화제건 계속해서 늘어나야 한다. 이런 현상이 자리 잡으면 학생들이 사회참여에 거부감을 갖지 않고 자연스럽게 함께할 것이다. 

기: 남들보다 더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무엇인가?
박: 나는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은 다 해보는 편이다. 내가 직접 기획해 일을 벌이고 판을 키워왔다.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다보면 응원해주는 사람들도 생긴다. 후원도 들어온다. 학교에 앉아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교 밖으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도 만나고 시야를 넓혀가는 게 즐겁다.  

기: 시간이 많이 흘렀다. 슬슬 자리를 정리해야 할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미 배는 기울고 있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 살다가는 배는 완전히 기울어 버릴 것이다. 목소리를 내야 한다. 곧 세미나가 있어 빨리 가봐야겠다.

박: 지방선거가 다가왔다. 투표도 하나의 목소리다. 선거가 잘 치러졌음 한다. 솔직히 오늘 치킨을 준비한데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과자가 있어 조금 실망했다. 조선대에는 넓은 잔디밭이 없어 전남대생들이 봉지 주위에 둘러앉아 치킨 먹는 것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앞으로 이런 자리가 자주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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