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모작 100여 편을 꼼꼼히 읽었다. 예년에 비해 작품들의 수준차가 컸던 까닭일까. 읽는 데 필요했던 시간에 비해, 당선작과 가작을 골라내는 수고로움은 그리 길지 않았다. 적지 않은 응모자들이 언어에 대한 성찰은 뒤로 한 채 자기 감상에 먼저 포획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좋은 시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시’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먼저 말해두고 싶다. 시의 언어는 정서로 구체화된 언어이지, 감상이나 감각의 대치물이 아니다. 무릇 좋은 시란 자신의 생활 세계에서 느낀 바를 ‘새롭게 말하는 방식’ 그 자체이며, 따라서 시적 대상 또는 세계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통찰하는 자기 성실성에 의해 산출되는 것이다.

여러 차례의 반복 읽기를 거쳐 심사자의 손에 마지막까지 남은「터미널」,「바람에는 온도가 없다」,「불면증」,「조용한 가족」등 네 편의 작품 중「터미널」을 당선작으로,「바람에는 온도가 없다」를 가작으로 선하였다. 「터미널」은 앞서 제시한 시의 기본 덕목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체험세계로부터 상상력을 동원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터미널 지하 계단에서 만난 불구 여인의 시선과 자신의 시선을 교직하면서, 그 체험의 순간에 연민의 감상을 넘어 인간 존재의 차원으로 사유를 확장해간다. 대상을 파고드는 시적 시선의 깊이와 진중하면서도 재기 넘친 시적 어법이 당선작으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가작에 오른「바람에는 온도가 없다」는 시상의 집중력을 가장 장점으로 삼을 만한 작품이었다. ‘바람의 온도’라는 참신한 시상을 사소한 일상의 체험들을 통해 다채롭게 풀어간 점이 흥미로웠다. 다만 행간의 맥락이 시종 진술적이어서 후반으로 갈수록 시적 긴장감이 떨어지고 만 흠이 있었다. 이 외에 수상작에 오르지는 못했지만「불면증」과「조용한 가족」 역시 좋은 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그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두 작품에서 보인 아쉬움을 들어 보면,「불면증」에는 빈번한 이월시행이나 언어 선택의 어색함 등 작위적인 부분들이 많았고,「조용한 가족」에는 ‘가족’이라는 주제의 무게에 비해 시상의 전개가 다소 평면적이어서 단상에 머문 느낌이었다. 앞으로 꾸준히 시의 눈을 틔워간다면 더 좋은 성과를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 끝으로 응모 학생 모두에게 격려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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