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대(국어국문·08)

영영 문학의 언저리만 서성거리게 될 줄 알았다. 다른 누군가처럼, 아무 계획도 없이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이끌려 국문과에 들어온 탓이었다. 한때는 뭐든 써보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일찌감치 글 쓰는 것에 재주가 없음을 인정하고 마음으로만 좇는 게 내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지였다. 자연히 쓰는 것도 읽는 것도 멀어져갔다. 이렇다 할 즐거움 없이 강의실만 드나들며 대학생활은 끝을 향해갔다. 그런 중에 한 수업을 통해 소설이란 것을 써보게 되었다. 때는 4학년 1학기, 학점을 잘 받아야 한다는 명분을 들먹이며 공식적으로(?) 소설 쓰기에 매진했다.

그 수업은 한 학기 동안 단편소설 한 편을 써내는 게 목적이었다. 그 기간 내내 나는 친구들을 부단히도 괴롭혔던 것 같다. 본인들 인생도 바쁜데 매번 완성되지도 않은 소설을 읽어 달라 요구했으니. 앞에선 소설 쓰느라 힘들어 죽겠다는 시늉을 하고 다녔지만 실은 입학 이래 가장 즐거운 나날이었다. 그때부터 오로지 쓰는 재미만을 생각하기로 했다.

글 쓰는 재미를 맛보기 위해 재주가 꼭 필요한 것 같지는 않았다. 창작 수업이 종강하면서 명분(?)을 잃어 그때만큼 매진하지는 못했지만 이후로도 꾸준히 소설을 썼다. 물론 친구들도 계속 괴롭혔다. 분명히 부족한 글임을 잘 아는데도 당선이 되어 부끄럽다.

한편으론 ‘그래, 너도 한번 써봐’라는 허락을 받은 기분이다. 지면을 빌려 나의 글을 읽으며 고통받았을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야겠다.

물론 앞으로의 고통에 대해서도 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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