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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두사의 뗏목과 세월호■ 1536호 다시 생각하며
김태훈(불어불문학과)  |  news@cnumed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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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6.01  15:5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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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6년 7월 2일 아프리카의 세네갈 연안에서 모래톱에 걸려 프랑스의 배 하나가 좌초한다. 390 여명을 태운 세 개의 돛대를 가진 이 배의 이름은 메두사호였고 이 좌초로 인해 150명 이상이 목숨을 잃게 된다. 이 사건을 숨기려고 한 권력에 맞서 테오도로 제리코라는 젊은 화가는『메두사의 뗏목』이라는 작품을 그려 그 비극을 사람들에게 알렸다.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이 그림은 임시로 만든 뗏목 위에 살아남은 15명의 생존자가 13일의 표류 끝에 바다 저 멀리 나타난 배**를 향해 구원을 청하는 간절한 외침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기간 동안 이 뗏목 위에서 벌어진 처참한 비극의 재현이기도 하다.

메두사호의 침몰은 200년이 지나 우리에게 벌어진 세월호의 참극을 떠올리게 한다. 그것은 두 사건이 너무나도 흡사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세월호가 배를 개조하고 불법적인 과적을 한 것처럼 메두사호 역시 군함이었던 배를 운송선으로 만들기 위해 대포들을 제거하고 적정인원보다 100명 이상의 인원을 승선시켰다. 두 번째로 선장과 선원들의 무능력과 무책임함에 있어서도 이 두 사건은 동일한 양상을 보여준다. 배가 침몰하기 시작하자 승객들을 버리고 구조선에 오른 세월호의 선장과 선원들처럼 메두사호의 선장인 위그 뒤루아 드 쇼마레는 제일 먼저 구명정에 올라 150여 명의 하급 선원들과 군인들을 뗏목에 버려두고 도망친다. 과적을 해결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만든 길이 20미터, 폭 7미터의 뗏목이 바다 위의 지옥이 되어버린 것이다. 뗏목 위에 남겨진 150여 명의 사람들 중에 구조된 사람은 단 15명이었으며 그 중 5명은 육지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하고 살아남은 10명의 사람들 역시 심한 정신분열 증세를 보이게 된다.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죽이고 그렇게 죽은 사람들의 인육을 먹었던 지옥의 경험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메두사호의 비극이 단지 과적과 선장의 무능력 때문이었을까? 보다 근원적으로 이 사건은 당시 프랑스 정부의 총체적인 무능력과 부패를 보여준다. 나폴레옹의 패배 이후 프랑스는 대혁명에 의해 처형된 루이16세의 동생 루이 18세 의해 과거의 왕정 체제로 돌아가게 된다. 대혁명이 지향했던 공화정과 자유, 평등, 박애의 이념을 거부하고 불평등한 과거의 질서를 되살리고자 한 이 체제는 태생적으로 타락한 권력일 수밖에 없었다. 25년 동안 배를 타지 않은 쇼마레가 선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대혁명을 부정하고 특권 계급의 권리를 신성시한 구체제의 질서에 찬동한 인물이었고 부패한 권력을 뇌물로 매수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에게 하급 선원들과 평범한 병사들의 목숨이 무슨 의미가 있었겠는가? 우리가 세월호의 참사 앞에서 참을 수 없는 슬픔과 분노를 느끼는 것은 지금 한국 사회의 권력층의 모습이 200년 전의 프랑스 특권 계급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고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 불의를 고발한 제리코의 그림은 낭만주의 회화를 알리는 선구적 작품이 되었다. 
** 선원들을 구조한 아르고스호는 그들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메두사호에 실려 있던 왕의 보물을 꺼내기 위해 왔다 되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그들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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