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 5월은 정문에서 시작된다. 정문 우측에는 귀여운 로봇 하나가 있다. 바로 ‘오월 느린 우체통’이다. 정문 상황실에서 오월엽서를 받아 작성해 우체통에 넣으면 그 다음해 5월 1일에 수신자에게 발송해주기 때문에 느린 우체통이란 이름이 붙었다.

먼저 정문을 들어서면 아름다운 메타세콰이어 길에 정신이 팔릴 수 있지만 상황실 뒤를 살펴보자. 그곳에는 ‘5?18 민중항쟁 사적비’가 있다. 민중 항쟁 최초 발생지인 우리 대학 정문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정문에서 용봉탑까지 기다랗게 이어진 메타세콰이어 길 ‘관현로.’ 관현로는 5·18민중항생(5·18)당시 우리 대학 총학생회장인 박관현 열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는 5·18직전까지 반독재 투쟁을 주도했으며 결국 1982년 체포된 뒤 옥중 단식 투쟁 끝에 사망했다.

관현로 끝에는 5·18기념관, 민주 역사관, 대학 역사관이 위치한 용봉관이 기다리고 있다. 1960년대부터 2000년까지 민중항쟁의 역사가 전시돼 있어 한눈에 우리 대학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관람 뒤 뒷문으로 나오면 ‘봉지’라 불리는 ‘5·18광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둥근 연못은 오(5), 연못을 둥그렇게 둘러싼 하나의 길은 일(1), 잔디밭 사이로 여덟 개로 나눠진 길은 팔(8)을 의미하며 이는 5·18을 상징한다. 연못 가운데에는 2004년 만들어진 임을 위한 행진곡 조형물이 있다.잔디에 누워 도시락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들 사이를 지나면 새 하얀 건물 ‘도서관 별관(백도)’과 마주보게 된다. 백도 앞은 1980년대 당시 학생들 시위의 집결지였다.

이번에는 백도를 끼고 왼쪽으로 잠시만 눈을 돌려 보자. 봄이면 새하얀 목련이 만발하는 사범대 1호관의 측면에는 ‘민중항쟁도’ 벽화가 그려져 있다. 민족해방이라 쓰인 깃발과 총을 든 시민군이 그려진 벽화는 80년 5월의 상황을 잘 묘사하고 있다.

다시 봉지로 방향을 틀어 도서관 본관(홍도)과 용봉관을 지나면 사회대로 올라가는 계단 하나가 보인다. 51계단을 오른 뒤 맞은편 8개의 계단을 내려가게 돼 있는 이 계단은 흔히 학생들 사이에서 ‘5·18 계단’이라 불린다. 필자의 뒤를 따라 여학생 한 무리가 계단을 세며 올라오고 있었다. 여학생들은 계단을 다 세고 “여기가 5·18계단이래”라며 신기했다. 사회대 앞은 윤상원 열사를 기념하는 공원이 있다. 윤상원 열사의 흉상을 비롯해 그의 사진, 약력, 비석이 있다. 우리 대학 정치외교학과를 나온 그는 5·18 당시 시민군의 지도자로서 마지막까지 도청에 남아 싸웠다. 그는 27일, 도청 마지막 전투 전날 “오늘 우리는 패배할 것이다. 그러나 내일의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우리 대학의 5월 장소들은 외진 곳에 있지 않다. 하지만 장소의 의미를 아는 학생들은 몇이나 될까? 상당수 학생들은 수업을 가기 위해 관현로를 걷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기 위해 봉지에 앉아 있고, 공부를 위해 백도에 갈 뿐이다.
윤상원 열사 흉상을 지나 정문으로 나가는 내리막길을 걸으며 우리 대학의 5월의 역사, 지난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이 있던 공간은 어땠을까 생각했다.

이번 5월엔, 느리게 학교를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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