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t’, 중학교 때 물리책에서 외워야 했던 거리를 구하는 공식이다. 거리는 속도와 시간에 비례하다. 스티븐 호킹은 “사건이란 공간성의 한 지점과 시간상의 특정 시점에서 일어난 무엇이다.”라고 정의하였다. 오늘날 우리는 길이보다 시간을 더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거리를 엄밀하게 측정하는 데 바로 이 시간을 이용한다. 실제로 1미터는 빛이 세슘 원자시계로 측정했을 때 0.000000003335640952초 동안 달린 거리로 정해진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광초(light-second)라고 부르는 더 편리하고 새로운 길이의 단위를 사용할 수 있다. 1광초는 빛이 1초 동안 달린 거리로 간단하게 정의한다. 시간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도 않을 뿐 아니라 공간에 대해서 독립적이지도 않다. 시간과 공간은 서로 결합하여 시공(space-time)이라고 부르는 하나의 대상을 형성한다. 여기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우주가 창조되기 이전에 신은 무엇을 했는가?”라고 질문을 받았을 때,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지옥을 만들고 계셨다.”라는 식으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에 그는 “시간이란 신이 창조한 우주의 한 특성이며, 그 시간은 우주가 시작되기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시간이라는 개념은 우주의 시작 이전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제 현실적으로 돌아가 보자. 최근에 우리는 너무도 미어지고 참담한 소식을 진도 앞바다로부터 들어야 했다. 바로 세월호 침몰 사건이다. 여기에서 필자는 의외의 것을 목격하였다. 누구도 평소에 관심 갖기를 소홀히 했던 ‘시간’에 대해 온 국민이 예민하게 지켜보았다. 고귀한 생명을 구하는 데 있어서 한 시가 급하다는 사실에 국민들의 시선은 조마조마했을 것이다. 구조하는 데 단 몇 십 분의 소중한 황금 시간대를 놓친 것에 대해 온 국민이 분노하였다. 시간은 우리에게 이렇게 냉정하고 처절하게 다가올 수 있다.
  좀 더 접근해 보자. 나의 시간, 넓게 말해서 우리들의 시간을 타인 혹은 어느 특정 계층이 지배한다고 가정해 보자. 정말 상상하기 무서울 정도의 전율이 흐를 것이다. 10여 년 전에 ��달력과 권력��이라는 책이 출판되었다. 책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제목만으로도 시간은 권력이 관심을 가질만한 상당한 대상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우리들의 시간을 일일이 점검할 수 있는 달력은 그레고리우스력이다. 당시 달력을 개혁한 교황의 이름을 땄다. 달력 개혁의 내용 중의 하나는 1582년 10월 4일 목요일 다음 날을 1582년 10월 15일 금요일로하자는 것이었다. 이 칙서에 따라 로마 인들은 1582년 10월 4일 목요일 밤에 잠들어 다음 날 금요일 10월 15일 아침에 깨어났다. 역사상 1582년 10월 5일부터 14일까지인 10일은 사라져 버린 셈이다. 지구상 어디에도 이 기간은 기록에 없다. 이미 기원전 45년 11월 1일 로마 황제 율리우스 시저는 자신의 이름을 딴 달력을 만들어 시행하였다. 그로부터 1600여 년이 지난 뒤 이 달력은 실제 천문학적인 현상과 10여 일의 오차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 교황청과 천문학자들은 이러한 오차를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오랜 기간 날짜를 보정하지 않고 그 오차를 계속 키울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 기원전 45년 율리우스가 달력을 개혁하기 전, 로마의 집권자들은 시간을 ‘늘렸다 줄였다’를 마음대로 하였다. 자신들의 임기를 연장하거나 혹은 새로운 임기가 좀 더 빨리 시작되기를 원할 때 혹은 더 많은 세금의 징수를 위해 그들은 공화정의 대제관들에게 뇌물을 주어 자신들이 원한 만큼의 달력의 길이를 늘이기도 하고 줄이기도 하였다. 기원전 46년은 1년의 길이가 446일이었다.

  시간은 정확해야 한다. 그리고 부단히 정확한 시간을 찾고자 노력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것 때문에 정확성에 대한 믿음을 주입시키기에도 유리하였다. 이 주입된 믿음으로 인해 우리가 모르는 어느 곳엔 가에서는 시간을 숨기거나 조작할 수가 있었다. 가깝게는 세월호 침몰 사건에서도 숨겼던 시간들을 새롭게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