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4일 수요일은 우리나라에서 시도단위의 모든 단체장과 의원 그리고 교육감을 선출하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다. 과연 518의 시발지로서 한국민주주의의 메카인 전남대학교에서 학생들은 국가단위의 선거에 얼마나 열성적으로 참여할 것인지 궁금하다. 아마 우리 학생들의 대부분은 평생에 처음으로 선거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을 것이다. 이에 선거참여의 원칙과 정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제대로 즐기기를 바란다. 대학생 투표행위의 첫 번째 정당성은 투표를 통한 선거참여가 민주주의 제도의 존속을 위한 가장 핵심적인 시민권 행사이기 때문이다. 선거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보편적인 정치행위이다.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국민들이 통치권을 정치인들에게 위임하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에 선거라는 절차를 통해 정치인들을 선출하거나 혹은 단죄(낙선)하는 행위는 가장 합법적인 정치적 표현이다. 학생들은 6월 4일에 한국에서 26년 전까지는 꿈에서나 그리던 시민의 권리를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
 
두 번째 즐기는 방법은 한국 민주주의의 퇴행을 막기 위해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다. 바로 애국의 길이 여기에 있다. 21세기에도 한국의 민주주의는 단단한 공고화의 궤적을 지속할 것인가? 근래 한국정치는 레비스키와 웨이가 저술한 “경쟁적 권위주의”체제에 매우 흡사한 혼합형 레짐으로 퇴행하고 있는 징후가 자주 목격된다. 대표적인 혼합형 레짐의 행태는 국가기관을 활용하는 야당 견제와 탄압이다. 또한 미디어 접근과 커버리지에 대한 차별적인 대우나 재정적인 우회로를 활용하는 교묘한 탄압도 친-권위주의 세력과 친-민주주의 세력사이를 가르는 통치행태이다. 한국 민주화의 산실 전남대학교의 학생들은 새로운 역사적 임무를 부여받았다. 바로 21세기 한국을 욱죄고 있는 경쟁적 권위주의체제를 분쇄하고 높은 품질의 한국형 민주주의를 되찾아오는 과업이다.

세 번째 즐기는 방안은 새로운 제도인 사전투표제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번 선거가 특히 관심을 끄는 이유는 저조한 20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한국선거에서 최초로 사전투표제가 실시된다는 점이다. 과거에도 부재자투표제도가 병행 실시되었지만 미리 신고하지 않으면 선거참여가 불가능했다. 올해부터는 6월 4일에 투표참여가 어려운 투표자에게 5월 30-31일 기간에 전국의 아무 읍면동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게끔 새로운 제도를 신설한 것이다. 사전투표제는 이미 선진국에서 활용되고 있는 제도로서 20-30대 젊은 세대의 지속적인 투표율 하락현상을 차단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한국에서도 독재체제가 무너지고 최초의 대선이 실시된 1988년도에는 젊은 세대의 투표율이 매우 높았으나, 점차 하락 추세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특히 지방선거에서의 참여는 30%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20-30대의 정치적 무관심이 높은 이유를 혹자는 정치사회화 과정에서 독재를 경험해 보질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혹은 탈자본주의적 정치문화의 향유자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기성세대들은 과연 20-30대 유권자가 관심을 끌만한 그들만의 이슈를 선거경쟁의 주요 주제로 설정하였는지 의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제 대학생들은 5월 30-31일에 가장 가까운 투표소에 가서 사전에 투표하는 기회를 즐겨야 한다. 사전투표제의 실시에도 불구하고 20-30대의 투표율이 저조하게 나타나면 이후 투표는 권리가 아니라 의무라는 논리가 우세해지면서 비투표자는 벌금이나 구류처분을 받을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5월 30-31일 사전투표를 적극적으로 향유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여러분들은 6월 4일 선거에서 좋은 후보를 선택하는 행복감을 만끽하기 바란다. 선거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거나 혹은 기존의 인물이 낙선되는 국민들의 축제의 장이자 또한 처벌의 장이다. 만일 국민이 위임하는 통치권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고 평가받는 정치인에 대한 합법적 처벌은 선거에서 낙선시키는 길이다. 더 중요한 일은 깨끗한 이미지와 높은 수준의 사회정의 의식을 지닌 유능한 인물을 새인물로 뽑을 수 있는 자신감이다. 그간 한국정치의 특이한 성격으로 인해 광주/전남지역의 지방선거는 일당독재의 형태로 진행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제 한국정치와 지방정치의 진정한 개혁을 위한 첫 삽을 이번 지방선거에서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에게 한 표를 행사하는 즐거움을 통해 얻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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