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는 침몰했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부실한 국가재난시스템, 정부의 보도지침만 받아쓰는 언론과 이윤에 눈이 먼 기업, 그리고 어른들의 무책임한 사고방식 등 총체적 난국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필자는 그 중에서도 ‘무능한 정부’에 책임을 묻고 싶다. 사건·사고는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얼마나 빨리 피해자를 구조하고 사건을 수습하느냐이다. 한 나라의 국격은 G20정상회의, 동계올림픽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권리를 얼마나 보호할 수 있는가에서 드러난다.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화재를 비롯한 수많은 ‘사고’가 ‘참사’로 이어진 공통된 이유는 ‘정부의 안일한 초기대응’에 있다. 골든타임이라 불리는 초기대응을 확실히 책임질 부서 또는 장관이 누구인지조차 불분명하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부서를 쪼개고 나눠서 그 수많은 장(長)들을 만들었나 싶을 정도이다. 장(長)들은 자기 소관이 아니고, 위에서 명령이 있어야 한다고만 했다. 그런데 정작 권력의 꼭대기에 있으신 분은 “철저한 조사와 원인 규명을 해서, 책임질 사람은 모두 엄벌토록 할 것이다”라고만 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구조명령은 누구에게서 나오는 것이며,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인가?

우리가 원했던 지도자의 발언은 그것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수많은 생명을 뒤로하고 가장 먼저 탈출한 선장처럼 책임으로부터 탈출한 지도자가 아닌, 책임지는 지도자가 필요했다. 바다만 하염없이 바라보며 실의에 빠져있는 유가족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는 지도자만이 더 이상의 희생을 막을 수 있다. 다가올 미래의 지도자가 될 우리가,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기도 하다.

“우리는 아이들을 살려야 합니다.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당장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시작합시다. 그러나 정부가 완벽할 수 없습니다. 전문가, 가족들, 그리고 모든 국민이 중지를 모아주십시오. 서로 상충되거나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라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적어도 12시간 이내에 결정하고 실행에 옮기겠습니다. 그중 어떤 방법은 결과적으로 실효성이 없었다거나 예산 낭비였다는 등의 비판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 모든 비판은 제가 감수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아서 아이들이 죽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됩니다. 최대한의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시간과의 전쟁에 임합시다. 우리에게 없는 장비는 외국에서 빌려오겠습니다. 당장 예산이 없더라도 혹은 그들이 고액을 요구하더라도, 훗날 이 문제로 재판까지 가게 되더라도 필요한 장비를 빌려오겠습니다. 

저는 현장을 지키고 모든 구체적인 내용을 챙기겠습니다. 제가 필요 없을 정도로 현장에 담당자들이 제 몫을 하기 전까지는 제가 현장을 이끌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힘을 합칠 때 아이들을 살릴 수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더할 수 없는 고통에 울부짖는 가족들과 현장에서 헌신하는 관·민 관계자들을 응원해주십시오. 그 모든 결과는 제가 책임집니다….”

※ 가상 연설은 故 노무현 前 대통령과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황필규 변호사의 글을 참고했습니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